[제2차 기후위기 대응, 기상·해양·산림 융합 세미나]
각 분야 전문가 지식·정보 공유··· 협업 위한 다양한 의견 제시
“방치 사유림, 탄소중립·산업가치 높일 숲 경영 전환 필요”
융복합 경제재 기상정보, 사업별 더욱 치밀한 분석 따라야

[평창군=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기후위기 시대 좀 더 빠르고 정확한 기상정보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국립 강릉원주대, 환경일보가 주최·주관한 제2차 기후위기 대응, 기상·해양·산림 융합 세미나가 19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 문학관에서 열렸다.
김성균 환경일보 기획분과자문위원장(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본 세미나에서 “기상정보는 산림, 해양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경제 분야에 기후위기로 맞닥뜨린 리스크를 감소할 기회로 작용해 진정한 융복합 경제재로서의 가치를 높여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은 세미나 인사말에서 시민의 ‘숲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 숲·나무의 탄소 제거와 포집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고 여기에 경영이 더해져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올해 1월23일 강릉시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열린 제1차 세미나에서 “기후위기 대응 각 분야 문제를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융합적으로 의견을 모아 가야 할 것”이라고 한 박 회장의 발언과 이어진다. 즉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숲 경영 등 탄소흡수를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2030 NDC 목표는 2억9100만톤으로 그중 산림 흡수량은 약 3200만톤이다. 나무 간격을 벌리고 경영된 숲을 만들면 탄소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며 “사유림이 전체 산 비중의 67%를 차지하고 대부분 방치된 상황에서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치된 숲을 경영 가능한 숲으로
‘산은 바다를 그리고, 바다는 산을 색 입힌다’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기상·해양·산림 분야 협업 사업 발굴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는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역할 만큼 민간차원 소통이 중요해져 제2차 기후위기 대응 세미나가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산림환경’을 주제로 세미나 첫 번째 강연에 나선 박정희 회장은 산림이 가진 경제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본격 조림을 시작한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산림녹화 성공국가가 됐다”고 전제한 박 회장은 “목재생산을 포함한 숲 경영은 취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이 밝힌 목재생산 선진 국가는 독일, 스웨덴, 핀란드다. 독일의 벌기령은 80년, 핀란드는 90년이다. 벌기령은 임업경영 목적에 따라 미리 계획하는 벌채에 적합한 나무의 나이다. 대한민국 벌기령은 40~45년에 불과해 임지에서 최대의 순수익을 얻기 위한 토양 영양분이 부족하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250년 전 조림을 시작한 독일 숲은 대부분 나뭇잎과 나무가 오랫동안 토양에 쌓여 만들어진 영양이 충분한 2차림과 3차림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숲 나무의 70%를 넘는 1차림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나무들은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탄소중립 달성과 산림경영을 위해 수종갱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독일은 80년이 지나도 나무의 부피 생장이 돼 원목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핀란드 숲 수종의 경우 부피 생장 기간이 독일보다 더 길다.

박 회장은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가진 숲 기준은 무엇인지 물었다.
경영이 가능한 나무 간격은 5~6m지만 현실은 1m 간격으로 빽빽하게 서 있는 숲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처럼 가지와 뿌리가 붙고 옹이가 생긴 나무를 없애주는 작업을 하지 않은 방치된 숲이 많은 것은 "산주 220만 명 중 임업경영인이 20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치된 숲을 경영 가능한 숲으로 전환할 시기가 됐다”고 말한 박 회장은 “숲이 목재 생산과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평균 수령 45년쯤 된 나무와 나무 간격은 5~6m 정도 벌려 탄소저장의 50%가 이뤄지는 몸통의 크기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상정보는 공공재이면서 경제재
김성균 환경일보 기획분과자문위원장은 ‘기후위기, 날씨와 경제’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에서 “방송, 신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기상정보를 손쉽게 받고 있지만 경제재로서의 기상정보는 사업별 필요에 의해 더욱 치밀하게 분석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산업은 기상 관련 상품을 제조·공급하거나 용역을 공급하는 산업의 총칭이다. 기상산업진흥법 제2조에서 기상산업은 기상산업기상예보업(일반·특정 수요자를 대상으로 기상예보를 하는 사업), 기상감정업(특정 수요자를 대상으로 기상 감정을 제공하는 사업), 기상장비업(기상측기를 제작·수입 및 설치하거나 수리하는 사업)을 포함한다.

김 위원장은 “산림, 해양 분야를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을 시작할 때 어떤 정보보다 앞서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군사, 패션, 농수축산물 관리, 레저를 포함한다.
“과거의 기상 예측 시스템을 현재의 경제시스템에 적용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한 김 위원장은 각 산업별 세일즈 전문성을 고려한 기상산업시장을 더 치밀한 기상컨설턴트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융복합 영역으로 정의했다.
“기상청이 만드는 기상정보는 공공재이면서 경제재라는 의미로 단기 기상예보 적중률이 90%를 넘는 상황에서도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경제재로서의 가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기후위기로 기상변화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분석하는 툴이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느냐로 사업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목 이용 물 정화 시스템
김한진 ㈜한국그린자원 대표는 ‘탄소중립 Nbs 기반 수목을 이용한 수처리 시스템’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고 오염수를 정화해 산과 강과 바다를 푸르게 연결하는 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Nbs는 자연과의 대립을 통해 이뤄진 도시화로 발생한 문제를 자연을 기반으로 한 기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개념이다.
김 대표는 수목을 이용해 물을 정화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는 하수처리장에서 사용하는 필터나 약품 대신 나무를 중심으로 수질을 정화하는 공법이다.
이 시스템은 수질오염물질 저감(수질 개선·녹조 방지), 물속·토양 중금속 흡수(원수수질, 토질 개선), 토양 화학물질 분해(토질 개선), 온실가스 흡수·저장, 미세먼지 흡수·분해가 목적이다. “숲으로 오염수를 유도해 정화한 후 하천으로 내보내는 구조로 중금속도 정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산이 살아야 바다가 산다
‘숲 생태와 해양’을 주제로 연단에 오른 김경래 국립 강릉원주대 교수는 새와 동물이 숲속에 어우러져 있는 그림을 설명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 교수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좋은 숲’과 ‘건강한 숲’이다. 김 교수 설명에 따르면 빛, 온도, 물, 공기를 포함한 무생물적 요소와 생물적 요소가 시끄럽게 공존하는 곳이 좋은 숲이다. 건강한 숲은 시간 흐름에 따라 천이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곳이다. 초기에 정착했던 생물들이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다른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 김 교수가 말한 천이다.

김 교수는 건강하고 좋은 숲에 있는 다양한 인자들을 통해 이뤄지는 산림치유에 대한 소개로 강연을 이어갔다. 나무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내 뿜는 피톤치드와 음이온, 소리, 햇빛 등이 사람에게 인지력 상승, 안정감, 스트레스 해소의 치유 인자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구분한 산림치유 6가지는 나무에서 나는 향기로 치료하는 식물요법, 식물향기로 치료하는 아로마테라피, 기후치유로 불리는 풍욕, 산에서 하는 운동치유, 와식명상, 식이치유다.
또 숲에서 하는 6가지 치유법을 바다로 옮겨 시행해 볼 것을 제안했다. 산에서 걷는 것처럼 해안가에서 맨발로 걷고, 누워서 명상하고, 바닷바람을 맞고, 식이치유 역시 바다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산이 살아야 바다가 산다”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황폐화된 산 인근 바다에서 백화현상을 볼 수 있고 산에서 나쁜 물질도 흘러내려와 바다가 황폐화되기 쉽다. 산을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바다 산성화를 막을 수 있고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 세미나는 던져진 질문에 답을 찾는 기회
세미나 참석자 발언을 듣는 자유토론은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탁용진 국립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현재 바다 연구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산에 대해 잘 몰랐다. 기후위기 시대 큰 틀에서 나무종을 바꾸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산림경영에 대한 강연도 인상적이었다. 산림경영처럼 바다 연구로 어떻게 환경을 지키면서도 산업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공부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원순환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 중인 박형철 나비 대표는 “이미지 기반 탄소 감축량을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기기를 개발 중으로 탄소포집과 오염물질 정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기술 설명에 시선이 갔다”고 전했다.

탄소배출량을 측량하고 상세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권세은 미닝에코 대표는 “어떻게 환경적인 인식을 딱딱하지 않고 즐겁게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희 회장의 산림탄소 저감과 산림경영 부분이 인상에 남았고, 해양부분에서도 탄소저감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이를 통해 사회공헌적인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대표는 “탄소저감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해양 분야에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갯벌과 습지를 탄소저감을 위해 더욱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양온난화를 주제로 생물반응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종훈 국립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한국해양과학기술원동해연구소) 학생은 “산림, 기상 등을 주제로 한 이번 세미나가 해양 분야 연구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손석호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교수(LINC3.0 사업단 지·산·학 CONNECT 센터장)은 “산림과 기상정보를 활용한 경제적 가치에 대한 강연이 기억에 남고 3차 세미나는 해양을 주제로 기획 중인 만큼 김경래 교수가 강연한 산림치유, 산과 기상, 해양이 연계돼 만들어지는 생태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는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강연과 자유발언을 통해 각자의 전문 분야 이야기를 했지만 세미나를 마친 지금은 산림, 해양, 기상이 융합해 만들어갈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며, “그중 하나가 기후위기로 발생할 상황들을 각 분야별로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이다. 기후위기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지, 바뀐 것에 적응하며 살아야 할지, 아니면 새롭게 변화해야 할지 등을 과제로 다음 세미나를 기약하게 됐다. 다양한 일을 하는 세미나 참석자들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오늘 세미나에서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나가는 기회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