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위기는 물론 현실적 수출장벽으로 작용, 정부는 ‘나 몰라라‘

[환경일보]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 아직은 발전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를 사용해 값싼 전기를 생산해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 글로벌 기후위기 따위는 아직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생각들이 모여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초래했고 그 결과 국내외 RE100 가입 기업 165개사 중 66개사(40%)는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았다.

지난 대통령 선거 토론회에서 후보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RE100이 뭐죠?’라 되물었고, 2년 후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은 “RE100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떻습니까”라고 말했다.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지났지만, RE100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한치도 나아가지 못한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발언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10차 전기수급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춰, 기존 2030년까지 30.2%이었던 재생에너지 목표를 21.6%로 낮췄다. 2030년 실행계획을 수정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역시 확정됐으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그대로 유지되고 감축 정책 및 이행기반 강화 정책이 제시됐다.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정보프로젝트(CDP) 위원회가 발간한 ‘RE100 2023’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CDP의 RE100 참여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률 추이에서 독일은 89%, 영국 88%, 이탈리아 78%, 미국 77%, 중국 50%, 일본 25%인데 반해, 한국은 두 자릿수가 안 되는 ‘9%’에 불과하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우리 안에서의 담론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플, TSMC, ASML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은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칙을 해외 거래처에도 요구하고 있다. 다국적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맞춰야 하는데, 정부가 ‘RE100 따위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하고 있기에 그만큼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디고, 결국 국내에서 RE100을 맞출 수 없는 기업들은 해외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공급 시스템을 위해서는 지금의 전통적인 원자력 및 화석연료 활용의 대규모 발전설비에 의한 중앙집중적 전력공급 기반을, 태양광 및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에너지자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태양광 및 풍력의 역할이 확대되고 태양광 및 풍력 설비의 발전단가가 계속해서 하락한다면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전력계통의 불안정 증대로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계통 통합이 필요하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대형 발전설비 또는 송‧변전 사고 발생 시,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생산중단으로 광역정전 위험이 가중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은 지구환경이라는 미래는 물론, 우리 경제의 목숨줄이나 다름 없는 수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가 화석연료와 원전만 고집하는 사이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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