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있어서 ‘보건’이라는 단어는 아직까지도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산업과 환경, 산업과 보건이란 말은 어떻게 느껴지고 있을까. 그나마 예전과 달리 점차 쾌적한 근로환경을 위한 노력이 일고 있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은 물론 근로자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교육원에서 건강한 산업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교육하는 박동탁 교수를 만나 국내 산업에서의 현실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열악한 산업체… 더 열악한 환경

“크게 바라볼 때 산업보건에 있어 작업환경의 관리는 너무나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많이 간과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여러 차례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관계자들이 모여 규정을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근로자들이 작업장 환경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박동탁 교수는 산업체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조차 정작 피해자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고로 일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를 걱정하며 계속 작업을 해 나가는 게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업종의 경우 점차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가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전한다.
“작업장 환경이 좋다면야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항상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니까요.”
박 교수는 산업체에서의 사고가 그 근본을 따지고 보면 허술한 ‘작업환경측정’에서 비롯된다고 전한다.

“하지만 현실 여건이 작업환경측정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놔두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고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으면 뭐합니까. 정작 이들을 제대로 수용할 만한 여건이 안 됐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쉽게 말해 작업환경측정은 작업장 환경이 얼마나 좋은지 열악한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규정상 6개월마다 한 번씩 측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많은 산업체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면서 일하는 상황에서 정작 얼마나 많은 업체가 작업환경을 측정하는지도 미지수다. 그리고 얼마나 제대로 측정되고 있는지는 더더욱 미지수다.

오늘의 안전이 내일의 안전 장담 못해

“문제는 오늘 측정해서 문제가 없다는 게 내일도 이상이 없음을 장담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6개월에 한 번씩 작업환경을 측정하는 게 사업장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장의 환경을 보장할 수도 없거니와 예측할 수도 없는 것이죠. 그러므로 작업환경측정을 연속적이고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6개월에 한 번씩 평가한 것으로나마 간신히 작업장의 환경을 평가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그나마 6개월에 한 번씩 이뤄지는 평가라도 제대로 진행되면 다행이라고 덧붙인다.

“강조했다시피 좋은 환경이 좋게 나온 것과 안 좋은 환경이 안 좋게 나온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안 좋은 환경이 좋게 측정됐다면 그게 바로 문제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죠. 당장의 피해는 없더라도 쌓이고 쌓여 결국 큰 사고가 터지게 되니까요.”
올 초 LCD제품 세척용제인 노말헥산에 중독돼 하지마비(앉은뱅이병) 진단을 받은 태국 이주노동자들의 일례만 봐도 국내 작업환경의 여건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점차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3D업종으로 인한 건강상 피해가 커져가고 있는 실정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 만큼 박 교수는 측정자의 윤리나 ‘소신’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일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정작 그들은 ‘위험’을 모른다

“얼마 전 주택전시회장을 찾은 적이 있는데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집안구조들을 선보이더군요. 그간 무심코 넘겨왔던 청소기 뒤에서 나오는 바람이 방 안에 다시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관을 통해 외부로 배출할 수 있게끔 아예 집안 방마다 작은 배출구가 만들어진 모습을 봤습니다.”
청소기에서 나오는 바람까지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상황과 달리 열악한 작업장에서 개인보호구조차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일하는 근로자들을 떠올리면 ‘안타까움’ 그 자체다.
“환경정책적인 측면에서는 환경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지만 노동부 차원에서는 아직까지 작업현장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제도적으로 보다 엄격하게 작업장의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아직까지 기업의 자율이 큰 만큼 기업주 입장에서도 ‘잘 봐주십시오’라는 아부보다는 ‘정확한 측정을 해주십시오’라는 부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박 교수는 작업자의 허리에 둘러 직접 작업자에게 노출된 오염원의 정도를 측정하는 개인시료채취기 같은 경우만 봐도 기기를 차고 작업을 하기도 귀찮고 거슬려서 아예 착용을 하지 않거나 팽개쳐 버리기 일쑤라고 전한다. 결국 자신에게 노출된 유해환경이 어떤지 알기를 본인이 거부하는 셈이다.
작업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척 많다. 유해물질을 근본적으로 다루지 않는 게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만큼 차선책, 즉 얼마나 유해한 환경인지를 알아내고 근로자에게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산업안전공단 차원에서 앞으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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