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안전이 아니라 인증 장사 키우는 게 목적인가?
[환경일보] 정부가 발표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소비자단체는 물론, 여권에서도 뭇매를 맞고 있다. 설익은 정책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KC인증의 효용성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해당 법안은 국민 안전·건강 위해성이 큰 해외직구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유모차, 완구 등)과 화재, 감전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외 생활화학제품 등 80개 품목이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직구가 금지된다.
까짓거 KC 인증만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KC 인증은 악명이 높아, 제도 자체를 뜯어고쳐야 할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KC 인증마크는 국가통합인증마크로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검사를 통과한 제품에 한해 부과한다. 정부 부처별로 운용하고 있었으나 2009년 이후 KC마크 하나로 통합됐다.
인증 비용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데다, 같은 제품이라도 색깔이 다르면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하고, 이미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도 다른 업체가 수입할 때는 별도 인증을 또 받아야 한다. 아울러 제품을 판매할 때마다 하나의 제품에 사용되는 소재 하나마다 KC 인증을 일일이 받아야 한다.
게다가 해외 인증과도 호환이 안 된다. 미국이나 EU 등에서 받은 인증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로 들어오려면 다시 수백만원을 들여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알리나 테무가 있는 중국 인증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KC 인증은 믿을 수 있는가? 2011년 수거 대상인 가습기 살균제가 KC 인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수천명이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며 KC 인증을 준 것이다.
KC 인증을 받은 유모차에서 아이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맘카페가 발칵 뒤집힌 사례도 있다. 인증을 받은 아기욕조에서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사례도 있다.
하필 이 시기에 해외 직구를 금지하느냐는 의문은 KC 인증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졌다.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민간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KC 인증의 민영화 논란이 불거지자 국무총리실은 “KC 인증은 현재도 민간 인증 기관이 시행하고 있다”며 해명했다. 아니, 제품의 안전성을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검증했다고?
그렇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비영리법인에만 허용했던 전기생활용품 안전인증기관에 영리법인 진입을 허용한 것이다. 소비자 안전을 자본주의에 맡긴다고?
정부 정책에 따라 해외 직구 제품까지 KC 인증을 의무화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인증을 담당하는 영리업체는 떼돈을 벌고, 그렇게 투입된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소비자 안전을 명목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은 KC 인증 장사를 돕기 위한 수작질이 아닐까? 기우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지만 지난해 12월 영리법인의 KC 인증 허가에 이어 터져 나온 해외 직구 금지는 너무나 공교롭다.
결국 정부는 19일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관계부처가 집중적으로 사전 위해성 조사를 실시하고, 위해성이 확인된 품목을 차단하는 작업을 추진한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편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에 앞서 지난 5월13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자율 제품안전 협약 체결식에서 중국의 알리는 KC 인증 확대를, 테무는 국내 투자 검토를 약속했다. 이것도 우연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