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만3003개 개인 하수처리시설, 관리·감독 부실··· 하천에 오수 방류
AI·IoT 기반 실시간 하수처리시설 모니터링 기술로 감시 체계 확립해야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2021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개인 하수처리시설(정화조)의 개수는 56만3003개다. 정화조는 건물별로 설치되기도 하며, 여러 개의 건물에서 공동으로 설치되기도 한다.
정화조는 에어펌프(브로와)를 통해 오수에 산소를 공급해 호기성미생물에 의한 정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개인 하수처리시설을 설치 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오수가 그대로 하천에 방류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하천에 방류된 오수가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방법이 없다.
환경일보는 홍종우 ㈜그린터보 대표를 만나 전국에 설치된 개인 하수처리시설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Q. 국내 개인 하수처리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된 경위는
2002년에 정화조용 에어펌프 및 주변 장치를 제조하기 위해 지금의 ㈜그린터보를 설립했다. 그동안 에어펌프 관련 다수의 특허를 획득했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하수처리시설의 문제점들은 회사 설립 후 22년간 국내 정화조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개인 하수처리시설들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다.

Q.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 번째 문제는 개인 사용자들의 인식 부족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기는 했으나 동작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는 전기 사용과 소음 발생을 이유로 설비의 전원을 꺼버리거나 심지어 자기 집이나 건물에 설비가 설치돼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 지적할 문제는 지자체의 관리와 감독 부족이다. 정화조의 전원을 차단하거나 고장난 상태를 방치하는 경우 그 책임은 소유자에게 있다. 하수도법에 따르면면 전원 차단이나 설비의 비정상적인 가동이 확인될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그만큼 정화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 명의 공무원이 관리해야 할 정화조 수가 너무 많아 대부분의 개인 하수처리시설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화조 관리 위반 사례를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개인 하수처리시설 관리가 소홀히 이뤄질 경우 정화조는 기능을 상실하고 오수는 그대로 하천에 방류된다. 오수가 하천에 유입되면 수질 오염을 일으켜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이 마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농사에 사용할 경우 건강에도 큰 해를 끼칠 수 있다.
Q. 개인 하수처리시설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일본은 2007년부터 하수처리시설에 원격 감시 장치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그린터보는 개인 하수처리시설에 센서를 설치하고,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SSMS(Septictank Smart Monitering System, 개인 하수처리시설 스마트 관리 시스템)’를 개발했다.

SSMS는 정화조에 센서를 설치하고,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I/O Interface와 LTE router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시스템에 전송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실시간으로 펌프의 상태와 정화된 수질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정화조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개인 하수처리시설 관리 책임자에게 1·2차로 나눠 ARS 및 문자로 통보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업무 자동화를 통해 부족한 관리·감독 인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며, 전국 56만 개의 개인 하수처리시설 관리를 세분화하고 지자체별 감시 체제를 확립해 하천 수질개선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Q. SSMS를 개발·도입 과정에 어려운 점은 없나
우리 기술을 지자체에 소개하고 설치하기 위해 합의하는 과정에서 사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힘들다. 공무원들 입장에서 보면 아직 성과가 증명되지 않은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예산도 필요하고, 설치를 위해 여러 조례를 개정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해당 지자체의 개인 하수처리시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 있다.
㈜그린터보도 성과를 내기 위해 현장에 직접 설비를 설치해 경과를 지켜보고 있으며, KT와 I/O Interface와 LTE router 기술, 통신료 및 단말기 공급에 대해 MOU(업무협약)를 체결할 예정이다.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스템은 전부 무선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KT와의 업무협약은 (주)그린터보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번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SSMS 시스템의 우수함과 필요성을 증명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린터보는 IT 강국인 대한민국의 실정에 부합하는 개인 하수처리시설 원격 관리 시스템을 조속한 시일 내로 도입해 물 부족 국가인 한국의 스마트 물관리 정책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