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 소송, 청소년 대리인단 맡아
기후소송 쟁점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충분한가?’ 여부

에너지 전환, 경제발전 정책 대안 ‘한국형 IRA법’ 발의 희망
“기후 대응 골든타임 눈앞, 실제 작동할 정책 만드는 게 과제”

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된 박지혜 변호사는 2020년 청소년 19명이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고 낸 소송 대리인단을 맡았다. /사진=박선영 기자 
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된 박지혜 변호사는 2020년 청소년 19명이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고 낸 소송 대리인단을 맡았다.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지구지킴이 변호사, 박지혜 변호사는 22대 국회의원에 출마(경기 의정부시 갑)하며 ‘지구지킴이 변호사, 지구와 경제를 모두 살리겠다’는 문구를 포스터에 사용했다. 박 변호사는 2020년 청소년 19명이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고 낸 소송 대리인단을 맡았다. 당선 직후인 4월23일 소송 4년 만에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렸다. 2차 변론은 국회 개원을 열흘 남긴 5월21일 개최됐다.

정부 쪽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2030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현재의 목표에 대해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면이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5월2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사건’에 대한 2차 변론을 개최했다. 이날 재판부는 변론에 참석한 청구인과 이해관계인 양측 참고인의 진술과 양측 대리인의 최후변론을 들었다. /사진제공=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5월2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사건’에 대한 2차 변론을 개최했다. 이날 재판부는 변론에 참석한 청구인과 이해관계인 양측 참고인의 진술과 양측 대리인의 최후변론을 들었다. /사진제공=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다룬 2차 공개변론의 사건명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위헌 확인’이다. 헌재는 2020년 청소년기후소송, 2021년 시민기후소송, 2022년 아기기후소송, 2023년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을 병합해 심리 중이다.

2020년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은 2019년 12월31일 개정된 구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이 소극적이고 미흡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으로 환경권과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과 구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호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구체적인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지 않고 행정부에 백지위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기후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잘 이행되지 않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성하게 된 박 변호사의 박사 논문 제목은 ‘기후위기 시대의 기후・에너지법-공공선택이론에 기반한 온실가스 감축 실패 사례 분석과 법・정책 대안의 모색(2021)이다.

논문에는 전력수급기본계획 결정,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향되는 과정 등에 정치인과 산업계가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을 의견으로 표출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다. 이 같은 행동들이 잘 견제되고 감시돼야 정책 결정이 조금 더 잘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22대 국회에서 에너지 전환과 산업 전환 문제를 소관하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희망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산업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후소송 공개변론 결과는 약 두 달 뒤에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들을 적극 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박지혜 변호사를 5월24일 국회에서 만났다.

국내 최초로 제기된 기후소송 마지막 공개변론이 진행된 5월21일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등 청구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아기기후소송 청구 청구인 한제아양이 기후 헌법소원 최후진술문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청소년기후행동
국내 최초로 제기된 기후소송 마지막 공개변론이 진행된 5월21일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등 청구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아기기후소송 청구 청구인 한제아양이 기후 헌법소원 최후진술문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청소년기후행동

“기후위기 대응 역사 새로 쓸 기로”

Q. 5월21일 기후소송 2차 변론이 진행됐다. 헌법재판소 결과는 한두 달 이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2차 변론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소회를 밝힌다면

4년 전부터 함께 소송을 준비했다. 드디어 역사적인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번 소송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기후소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독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듯 우리나라 헌재 결정이 다른 나라 기후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번 헌재 결정은 중요하다. 기후위기 대응 역사를 새로 쓸 기로에 있는 것이다.

Q. 어떻게 최초 기후위기 소송에 참여하게 된 것인가

2018년 기후변화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시위를 시작하며 한국 청소년들도 기후운동 그룹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후정책을 학습하다 보니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청소년들이 발언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2019년 12월 네덜란드 환경단체 우르헨다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변화 소송에서 승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 청소년들이 네덜란드처럼 소송을 하면 조금 더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을까 생각하고 대리 변호사를 찾았고 소송이 시작됐다.

2023년 3월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소송에 대한 법조인 지지 서한을 읽고 있는 박지혜 변호사 /사진제공=박지혜 의원실
2023년 3월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소송에 대한 법조인 지지 서한을 읽고 있는 박지혜 변호사 /사진제공=박지혜 의원실

Q. 2020년 이후 4년이 더 지났는데 헌재는 왜 결론을 진작 내지 않았을까

이런 종류의 헌법소원이 처음이다 보니 헌법재판관들도 기후변화 이슈 등에 대한 학습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현재까지 기본권 보호 위반으로 위헌이 나온 경우는 한 건밖에 없다. 그렇지만 해외에서 계속 기후위기 소송이 이뤄지고 있고 공개변론을 두 번 진행한 것으로 봐서는 이제는 더 진지하게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Q. 최종적으로 위헌 결정이 나게 된다면 탄소중립기본법과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후 소송 핵심 쟁점은 정부가 정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충분한지 여부다. 만일 헌법불합치 또는 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이에 따라 현재 심판 대상이 되는 탄소중립기본법에 제시된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된 규정들을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 내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훨씬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올해는 특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있어 중요한 해이다. 내년까지 정부가 2035년 NDC를 국제사회에 제출해야 하고, 올해 말에는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 계획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번에 헌법재판소에서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추후 관련 정책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회에도 큰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다.

Q. 기후소송 결과가 나올 때면 당선인에서 국회의원으로 바뀐다. 결과에 따라 국회에서 진행할 계획이라면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이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2회의 공개 변론을 통해 기후위기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민 기본권 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기후소송 결과와는 무관하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펴 나가려고 한다.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탄소 예산’이다. 탄소 예산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잔여 탄소 배출 허용량을 의미한다. 현재 정부 계획대로면 6년 뒤인 2030년까지 전체의 90%에 달하는 탄소 예산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젊은 세대들에게 더 많은 감축 부담을 떠안기게 되는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뿐 아니라 매년 또는 5년 단위의 배출 상한, 즉 탄소 예산 이행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탄소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핵심적인 수단인 배출권 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중을 높이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싶다.

Q. 본인 변호사 홈페이지에 “기후위기 정책을 정상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해법 모색”이라는 문구가 있다. 어떤 의미인가

기후위기가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기상기구는 2023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였다고 발표했다. 올여름엔 이 기록을 깰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폭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는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위기로 1℃가 오를 때마다 전 세계 GDP(국민총생산)가 12%씩 감소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었다. 최근 ‘금사과’ 사례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는 이미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이미 민생 문제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과 같은 각국의 탄소 감축 규제 앞에 산업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즉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은 수출을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기후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길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기후와 경제 모두를 위해 필수적인 과제가 된 만큼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해 가도록 하겠다.

Q,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촉구했다. 기존 특별위원회와의 차이점이라면

2020년 국회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 통과와 함께 기후특위가 설치됐지만 법률 심사권과 예·결산 심의권이 없는 특위 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활동 기간이 한정돼 있는 점도 문제점이었다. 1년 남짓 기간 중 총 6차례 회의에 그쳤고, 유일한 활동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보고를 받은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효과적인 기후 대응을 하려면 기후특위 상설화 및 입법권, 예산권 부여가 필수적이다. 이는 여야를 막론한 8개 원내 정당 당선인이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다. 지난 5월10일에는 공동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국회의장이 된 우원식 의원도 이를 약속했다. 기후특위 상설화 및 권한 부여는 기후 국회가 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Q.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예정인 기후 정책 외에도 본인이 발의하고 싶은 기후 법안이 있다면

우선 일명 ‘한국형 IRA법’이라고 할 수 있는 ‘탄소중립산업법’을 발의하고 싶다. 지금 세계를 보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통해 자국의 탄소중립 산업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미래를 찾기보다 해외에서 미래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에너지 전환도 하고 경제 발전도 이루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Q. 희망 상임위는 환노위인가

에너지 전환과 산업 전환 문제를 소관하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를 희망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산업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산업법이나 RE100 이행을 지원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법 제도, 탈석탄 관련 법 역시 산자중기위에서 다룰 수 있다.

박지혜 변호사는 실제로 작동하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을 22대 국회과제로 제시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박지혜 변호사는 실제로 작동하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을 22대 국회과제로 제시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Q. 2030 40% 탄소저감 목표를 6년 남짓 남긴 시기에 기후 전문가로 정치에 입문했다.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시간이 얼마 없기에 더 간절한 마음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1대 국회보다 기후를 이야기할 당선인이 많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실행이다. 21대 국회에서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등 기후위기 대응 틀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실제로 작동하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제다. 기후 대응에 있어 앞으로의 몇 년이 골든타임이다. 그만큼 22대 국회의 어깨가 무겁다. 21대에서 통과하지 못한 중요 법안들을 포함해 산적한 과제를 여야 당선인들과 빠르게 추진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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