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으로 보증금 보전은 악성 임대인 채무 전가”

[환경일보] 정부는 제24회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대해 대한민국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요구를 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9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전세사기특별법 재의요구안’,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 ‘농어업회의소법안 재의요구안’,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이에 따라 법안들은 재표결 절차 없이 자동 폐기됐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국회 재의요구안을 22대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7일 경·공매 시스템을 활용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제시한 만큼 대안의 내용 그 자체에 주목하여 어느 대안이 더욱 신속하고 실질적이며 타당한 방법으로 지원해 주는가를 꼼꼼히 따져서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7일 경·공매 시스템을 활용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제시한 만큼 대안의 내용 그 자체에 주목하여 어느 대안이 더욱 신속하고 실질적이며 타당한 방법으로 지원해 주는가를 꼼꼼히 따져서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전세사기특별법 재의요구 제안 이유에 대해 정부는 “공공과 피해자 간 채권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해 집행 곤란하다”며 “무주택 서민의 입주자 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으로 보증금 직접 보전은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일반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첫째,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매입 과정에서 공정한 가치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곤란해 불필요한 분쟁 발생이 우려되는 등 개정안대로 집행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경매 등 매각절차가 진행되기 전에는 피해주택의 권리관계나 낙찰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공정한 가치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급하기 어려우므로 전세사기 피해자와 채권의 매입가격과 관련한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둘째,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기금의 설치 목적과 용도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결과적으로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이유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수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개정안은 장래 회수가 어려운 채권까지 일정 금액 이상으로 매입하도록 하고 있어 공공의 손실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가입한 입주자 저축을 포함하여 조성되므로, 향후 반드시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할 부채성 자금”이라며 “무주택 서민으로부터 잠시 빌린 돈을 채권 매입에 사용한다면 막대한 공공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 개정안은 사인 간 계약에 따른 사기 피해자를 국가가 공공의 자금으로 직접 구제하는 전례 없는 법률안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나 다단계판매 사기 등 다른 사기 피해와 전세사기 피해 모두 범죄로 인한 피해임에도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서만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넷째, 금융기관이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선순위저당채권 매도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은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선순위저당채권을 매입하도록 하고, 이를 보유한 금융기관은 정당한 거절 사유가 없는 이상 응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해당 채권의 처분 여부를 해당 금융기관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계약의 자유 등 사적자치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반환채권과 금융기관의 선순위저당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어 입법과정에서의 충분한 협의와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국회 논의과정과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개정안 집행이 어렵다는 점을 지속 밝혀왔고 많은 전문가도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러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 27일 LH 등 공공주택사업자의 경매차익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를 회복하고, 피해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함으로써 주거안정을 보장하는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논의의 초점은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가급적 많은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느냐는 방법론이어야 한다”며, “지난 27일 경·공매 시스템을 활용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제시한 만큼 대안의 내용 그 자체에 주목하여 어느 대안이 더욱 신속하고 실질적이며 타당한 방법으로 지원해 주는가를 꼼꼼히 따져서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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