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 상황에서의 피학대동물 격리 방안 부재
[환경일보] 좁고 밀폐된 공간, 열악한 환경, 끊임없는 체험학습 등으로 문제가 많았던 부경동물원과 아이니 테마파크가 문을 닫았다. 문제는 동물원의 문이 닫힌 채로 동물들이 그 속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부경동물원에 남아있는 동물은 16마리로 확인했으나, 3월 방문했을 당시 기준으론 13마리만 남아있었다. 3개월 사이 3마리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부경동물원이 개원한 2013년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이곳에서 사망한 국제 멸종위기종 숫자는 113마리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가에 사망 신고를 할 의무가 없는 종이나 아이니 테마파크 기록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동물이 죽어 나갔을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죽지 못한 동물들에게는 살아있는 지옥과 다름없었다. 갈비뼈가 앙상히 드러나 ‘갈비 사자’라는 별명을 얻은 바람이는 7년 동안 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딱딱한 시멘트 바닥의 좁은 우리에서 지냈다. 소식을 접한 청주 동물원은 바람이를 입양해 야생 동물 보호 구역으로 옮겼다.

그러나 부경동물원은 바람이가 사라진 자리에 바람이의 딸 암컷 사자를 대신 전시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사건을 공론화하고, 지자체와 면담을 진행했다. 남아있는 동물들을 데려올 방안을 함께 모색했지만, 부경동물원 운영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동물원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동물원 설립 절차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등 요건이 한층 강화됐다.
이로 인해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시설에서 유기 또는 방치될 우려가 있는 야생동물 관리를 위해 보호시설을 설립할 근거 또한 마련했으나, 정작 위급 상황 시 동물을 구제하기 위한 피학대동물 격리 방안이 없다.
온갖 동물학대 의심 신고가 지속되던 아이니 테마파크는 경영난으로 파산을 신청하고서야, 동물들이 압류돼 강제 경매를 통해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 바람이의 딸 암컷 사자는 강릉 소재의 동물원으로 옮겨진 상태이며, 아이니 테마파크의 220여 마리 동물들은 네이처파크라는 새 보금자리를 만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문제가 된 시설들을 현장 방문하고, 동물들이 새로운 거처를 찾아 안정화될 때까지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며 “동물을 사유재산으로 여기며 물건처럼 취급하는 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또 다른 부경동물원은 언제든 우리 사회에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