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식용 금지 특별법 통과에 대통령실 자화자찬
[환경일보]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의 성과를 자랑하면서 “김건희 법 때문에 외국에서 매년 2천통씩 오던 편지들이 더는 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이 개 도살과 식용을 금지해달라는 편지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꾸준히 보내왔으나, 올해 2월 별칭 김건희 법으로 불리는 ‘개 식용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관련 민원 편지들이 완전히 사라져 국가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개 식용 금지법은 수십 년간 동물단체들의 문제 제기와 노력을 바탕으로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이다. 딱히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정치적 합의를 통해 통과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8월 국민의 힘 이헌승 의원이 개 식용 금지를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발족하면서 “동물단체 사이에서 ‘김건희 법’으로 불린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라고 주장하면서 ‘김건희 법’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이에 대해 동물단체들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었고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법률에다 대통령 부인의 이름을 붙이는 건 과문한 탓인지 본적이 없다”며 “대통령을 신적 존재로 천재적 아부를 하던 자들이 이제는 대통령 부인에게까지 천재적 아부를 한다”고 비판했다.
개고기 식용 논쟁은 수십 년간 반복됐고,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개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벌이지는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됐고, 특히 복날은 그들만의 전쟁이 절정에 달하는 날이었다.
환경단체도 비난을 받는 나라에서 동물단체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언론은 가십으로만 대했을 뿐, 진지한 접근은 없었고, 인권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동물권’ 따위는 사치에 불과했다.
수많은 비난과 질타를 받으면서, 수십 년간 동물권을 외치고, 결국 개고기 식용 금지법을 끌어낸 사람들의 노고를 특정인이 독식하게 된 것은 결국 ‘정치’라는 괴물 때문이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개 식용 금지를 외친 수많은 사람들, 동물구조에 나섰던 동물단체들의 노력이 모두 ‘영부인’이라는 단어 하나에 함몰되고 말았다.
‘김건희 특별법’이라는 단어에는 ‘여사’나 ‘씨’를 붙이지 않았다고 입에 거품을 물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개고기 식용 금지는 ‘김건희 법’ 덕분이라며, 대통령 본인도 아닌 영부인에 대한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를 불러대고 있다.
돈도 없고, 힘도 없고, 빽도 없는 동물단체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그저 법이라도 통과됐으니 감지덕지할지 모르겠지만, 수십년 그들의 노력을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