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용 (재)숲과나눔 자전거시민포럼 공동대표(서울대 교수)
[환경일보] 개인 승용차와 달리 휘발유나 경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는 우리사회 수송분야 탄소중립 전환의 중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전거 타는 인구는 약 1300만 명이다. 인구 4명 중 한 사람이 이용한다. 그럼에도 자전거 이용률인 수단 분담율이 겨우 1%대에 불과하다. 강변 자전거 도로는 비교적 잘 돼 있는 편이지만 시내 구간은 아직 불편하고 위험한 곳들이 많다.
지속가능발전에 민감한 유럽사회에서 자전거 이용률이 최근 크게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32%, 덴마크 코펜하겐은 30%이다. 일본 동경시도 25%에 육박한다.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 도심 지형을 고려하더라도 비교가 안될 정도다.
자전거는 취미, 운동, 건강, 출퇴근과 같이 저마다의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가성비가 높아 자전거 친화도시에 대한 공감대도 높아지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 또는 도시가 자전거 타기에 편리하고 안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런 생활을 지원하는 도시 생활, 직장 생활, 쇼핑과 여가 생활을 원한다. 걷거나 자전거로 인근 공원에 산책도 하고 아이들은 학교 통학도 한다. 교통체증이 있는 긴 통근 시간은 싫어하고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선호한다.
많은 사람들과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도시들이 자전거 친화도시로 발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한민국 도시가 자전거 친화 사회로 가는 길은 멀고 느리기만 하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책적인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조직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7월 말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시 이달고 시장이 2020년 15분 도시를 정책공약으로 재선된 것을 보면 자전거 정책이 지자체 정책의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5분 도시는 15분 이내에 모든 생활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는 초근접성을 강조하는 도시 인프라를 만든다는 것이다.
자전거 10분 거리 도시 인프라··· 수단 분담율은 10%로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전거 친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 목표를 갖는다면 자전거 친화 도시 달성은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최근 제안된 정책 목표가 자전거 친화도시 1010 또는 텐텐이다. 자전거 분야 기후위기 극복 1.5℃ 같은 것이다. 앞의 텐은 10분 안에 학교, 병원, 쇼핑, 가벼운 만남 등에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도시 인프라를 갖춰 달라고 하는 운동이다. 뒤의 텐은 현재 1%대의 자전거 수단 분담율을 10%까지 올리자는 운동이다. 10명이 이동할 경우 1명 정도는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자전거 친화도시 1010 목표는 일부 전문가들의 머리 속에서 나온 정책이 아니어서 더욱 가치가 있다. (재)숲과나눔의 자전거 시민포럼이 여러 자전거 단체, 정책 전문가들과 우리 현실에 기초를 두고 만든 정책 목표이다. 지자체장들은 자전거 친화도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은 자전거 친화도시 정책에서 대한민국의 이달고가 필요한 시점 일지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얼마 전 대구에서 자전거 친화도시 전국 릴레이 1010 세미나가 열려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참여한 단체들은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대구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구자전거 타기 운동연합, 대구 YMCA, 대구시 탄소중립지원센터, 대구 녹색소비자 연대와 같은 시민사회와 행정조직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자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자전거 친화도시 1010 시민운동이 대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주요 도시에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