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환경정책심포지엄]
플라스틱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 중 1차 폴리머 비중 58%
11월 부산 INC, 플라스틱 전과정 고려한 법적 구속력 협의 쟁점
“정부, 플라스틱 생산 규제는 국가별 자율 조치 필요” 입장에 우려

[프레스센터=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유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INC, Intergovernmental Negotiation committee)는 모든 국가가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허탁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부산 INC 개최를 약 6개월여 앞둔 6월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유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우리의 대응 전략과 역할’을 주제로 열린 환경정책심포지엄 개회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허탁 회장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유엔 국제협약의 성공 추진과 이행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심포지엄 논의가 유엔 플라스틱 국제협약에서 한국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논의가 유엔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점이자 앞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 마련된 유엔환경총회 협약 초안을 보면 1차 플라스틱 폴리머(플라스틱 원료) 생산 감축, 우려 화학물질과 폴리머 규제 대상과 범위, 플라스틱 순환성 강화, 폐기물 관리, 오염 저감을 위한 국제협력, 협약 이행 평가, 모니터링과 보고 메커니즘, 기술 이전 및 재정 지원을 2024년 5차 회의까지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4월30일 폐막한 캐나다 오타와 정부간협상위원회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합의 쟁점은 전과정을 고려한 법적 구속력이다. 인류 생존과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고려해 각국이 법적 구속력을 갖춘 협의안을 만들고 이해관계를 양보하기에는 이미 산업계와 생활 속에서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1차 폴리머 생산 감축 문제가 전문가 그룹 논의에서 제외되며 INC 개최가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플라스틱 원료 추출과 생산 감축 조치가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1차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로 새로 만든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원료를 통한 부가가치는 원유 생산의 수십배다. 중국, 이란, 러시아 등은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를 반대한다. 한국, 미국, 일본은 국가별 자율 조치를 바란다. EU,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량적인 공통 감축 목표 설정을 지향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최종 결과는 11월25일부터 12월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제5차 INC에서 결정된다.

플라스틱 과잉 소비, 전 세계적 문제
심포지엄을 공동주최한 한국환경연구원(KEI) 이창훈 원장은 환영사에서 “오늘 심포지엄 자리가 마련된 것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 오염은 폐기물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환경오염, 생물다양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가 4차례나 회의를 통해 플라스틱 생산, 소비, 감축, 재활용 확대, 오염 관리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와 시행 계획을 논의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 원장 말처럼 플라스틱 과잉 소비에 따라 폐기물 발생이 급증하고 해양 및 육상오염, 생태계 위협, 온실가스 배출 등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됐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 중 한 부분이다.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 공개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전주기 배출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8%~4.5%로 추정(관리되지 않은 플라스틱 폐기·소각으로 인한 배출량은 미포함)된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의 50%가 매립되고 19%가 소각된다. 2060년 플라스틱 폐기물은 10억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김동진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은 심포지엄 발언을 통해 “11월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부산에서 개최되는데 여기에 대한 준비가 많이 필요해 보인다. 플라스틱 협약은 기후변화협약과도 유사성을 보여 우리의 관점에 따라 잘 활용하면 신기술, 신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통해 세계적인 순환경제 흐름에 한국과 한국기업이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60년 플라스틱 사용량 3배 증가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2060년이 되면 2019년 대비 약 3배 증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작은 입자로 분해되는 플라스틱 특성상 수생 환경 축적 플라스틱은 1억4000만톤에서 4억9000만톤으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다.”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이 ‘플라스틱 국제협약 우리의 대응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 말이다.
이 실장은 발표 자료를 통해 플라스틱 생산량은 매년 4%씩 증가하고 있고, 2050년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3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중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온실가스 배출량이 58%를 차지한다. 이 같은 예상 수치에 따라 이 실장은 “플라스틱 오염 방지 정책은 폴리머 생산단계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월 부산 INC 개최에 대해서는 “플라스틱 전주기 접근을 둘러싸고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를 위한 다부처 간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플라스틱 오염 관리 저해 요인으로 플라스틱 물질 및 제품 유해성과 관련된 데이터 부족, 통계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점을 들었다. 그는 플라스틱 협약이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각국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데이터를 구축·관리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으로 국가보고서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과 관리현황에 대한 객관적·정량적 정보를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협약 이후 플라스틱 생산·소비 처리에 관한 데이터와 정보 측정·보고·검토를 위한 투명성 체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협의 이뤄진다면 국민생활·산업에 큰 영향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사실 INC 부산 개최를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다. 거의 모든 곳에서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유엔환경총회 협약 초안처럼 협의가 이뤄진다면 전 국민 생활과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제라도 진행 중인 협약 내용을 국민에게 더 많이 알려 협약이 국민 생활과 산업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고 시민 차원에서 현명한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 논의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협의안 도출과 별개로 플라스틱을 쓰지 않게 된다면 대체재는 무엇이 있는지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에 따라 최근 국내에서는 바이오메스 원료 전환, 석유 대체 원료 활용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협상을 앞두고 필요한 국내 대응 전략으로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플라스틱 제품 대체와 재활용에 대한 협상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을 주문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제5차 INC에서 협약 성사 가능성이 낮고 협상 기간은 연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재생원료 사용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협약을 앞둔 국내 대응 전략으로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 1회용 포장재 소비 감축, 유해물질 사용 억제, 플라스틱 재사용을 위한 수리권 확대, 재활용 확대를 위한 재질구조 개선, 생산하책임재활용제도의 확대 및 강화 등 전주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소장은 “실무작업반 의제에서 산유국 반대로 1차 폴리머 감량이 빠져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재활용만으로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이행할 수 없다. 플라스틱 제품 순환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후 플로어 의견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팀장은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플라스틱 전주기적 관리를 다루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만드는 것이다. HAC(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야심찬 목표) 출범에 참여해 협약 체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고 5차 INC 개최국이면서 세계 4위 수준의 플라스틱 생산국인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허 팀장은 “현재 정부 입장을 보면 플라스틱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한다거나 생산규제에서 국가별 자율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1회용품과 플라스틱 정책은 규제를 유예하고 중단하며 계속 후퇴하고 있다. 이런 국내 상황에서 정부가 과연 어떤 협상안을 가지고 회의장에 들어갈지 우려스럽다”며, “시민들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고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남은 기간 더 적극적인 시민 의견 청취를 환경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