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본, 원자력·재생E 비율 논쟁 극단··· “석탄발전소 문제 해결이 우선”
기존 연료 전환 단기간에 불가능, 균형 있는 탄소중립 정책 일관성 중요
정부, 배출권거래제·전력산업 혁신 등 NDC 목표치 달성 위한 노력 필요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류생존과 지구환경에 위협을 주는 중차대한 사안이며, 우리나라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적 현안이다.”
2007년 5월 창립한 국회기후변화포럼(이하 포럼)은 실천 선언문에서 ‘지구환경과 국가경제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모든 부문의 주체들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대응에 나설 것’을 밝히고 있다.
포럼은 창립 이후 여야 국회의원 2명을 대표의원으로 두고 있다. 선언문에서 밝힌 모든 부문 주체들은 국회, 정부, 기업, 시민, 학계, 언론계를 포함한다.
“국회기후변화포럼 창립 목적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시장 메커니즘 안에 반영할 것인지 의견을 모으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처는 국회 도움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분야 의견들은 입법화 가능성을 높이는 토론으로 이어진다.”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제용 서울대 교수의 말이다.
포럼 연 활동은 연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부터 시작된다. 공동대표, 운영위원회 간 논의를 거친 연 계획에 따라 기후위기,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입법 과제를 도출해 낸다. 윤제용 공동대표는 “포럼에서 진행하는 토론회, 공청회, 세미나는 결국 국민들까지 논의를 확산시키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포럼 국회 개원총회는 6월21일 열렸다. 이후 포럼에서 가장 먼저 진행한 활동은 6월26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국회 공청회’였다. 이날 자리에서는 여야 국회의원, 산업통상자원부, 환경운동연합, 전력산업노조, 경제학교 교수를 포함해 GS EPS 등 기업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윤제용 공동대표는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탄소중립 클러스터 책임자이다. 전략원에서 발간한 ‘탄소중립을 위한 열에너지 정책 개선안’에서 윤 대표는 “우리나라 수립 에너지정책에서 열에너지 관련 내용을 보면 목표 설정이 부재하고 열에너지와 관련된 탄소중립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인터뷰에서 “탄소중립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에너지와 다른 에너지정책이 균형 있게 준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를 서울대 교수실에서 만나 22대 국회 개원 이후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세미나, 포럼 등을 통해 논의될 과제와 이에 따른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물었다.

여러 이해관계 얽힌 에너지 믹스 비중 논의
Q. 2030년, 2018년 대비 탄소배출 40% 감축 목표 달성 계획을 6년 남긴 시기에 22대 국회가 열렸다. 이에 올해 국회기후변화포럼의 세미나, 토론회에서 다룰 주제는 무엇인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이 현재 나와 있다. 최종 결정안을 만들기 위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2038년까지 우리나라 전력 수요가 얼마나 될 것인지 추정하고 그 전력 수요 에너지원이 어떤 것일지 결정하는 것으로 중요도 면에서 앞선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 사용 비중이 얼마나 될지는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굉장히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기본계획 결정에 있어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석하는 공청회, 토론회가 중요한 이유다.
또 하나 중요한 이슈는 배출권거래제다. 올해 4차 배출권거래제가 확정된다. 기존 배출권거래제가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 산업체들이 배출권거래제를 따르지만 탄소중립 전환을 실제적으로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탄소중립 전환을 이루려면 기후적응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탄소중립 전환과 함께 기후적응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국가 R&D 예산 감축은 탄소중립 기술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완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세미나를 고려하고 있다.
그다음 열에너지 정책이 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 중 전기 에너지 비중이 20%라면 의문을 가질 사람이 많다. 생각보다 적다는 의견이 많을 것이다. 이 20% 중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9%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열에너지다. 50% 비중이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열에너지는 석탄, 가스 등을 태워 온도를 올린다. 전기에너지 정책은 잘 준비돼 있는 듯 보이지만 탄소중립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에너지와 다른 에너지 정책이 균형 있게 준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는 히트 스트레티지(strategy)가 있다. 열 관리를 못하면 탄소중립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 부분은 포럼을 통해 계속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지만 안 하면 더 늦어질 것이다. 이제라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열에너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Q.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충분 여부’를 두고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위헌 결정 시 국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로서 이에 대한 의견은
더욱 심각해질 기후위기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미래 세대가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소송을 진행 중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주장은 일단 타당하다. 많은 사람들이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 목표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만약 감축 목표가 충분치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NDC 2035 목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35 NDC 목표치를 두고 여러 통로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새 정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보면 전 정부와 NDC 40% 목표는 같지만 분야별 목표치가 다르다. 산업과 건물, 수송 분야 수치 변화가 있었다. 산업 분야 목표치 하향이 눈에 띈다. 기후소송은 여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후소송과 별개로 배출권거래제 문제, 전력산업 혁신, 열에너지 정책 등 NDC 목표치를 실제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정부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탄소배출 관리와 저감은 전 세계적인 노력이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힘들다고 우리나라만 속도를 늦출 수는 없다. 이미 RE100과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은 국가와 기업에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차후 기업이 RE100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수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비용보다 마켓을 잃어버리는 대가가 훨씬 클 것이다. 기후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캠페인인 RE100이 어떤 나라에는 심각한 경제문제로 다가오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철강 수출국으로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한다. 다른 나라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철강을 만든다면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만들어진 철강은 그만큼 수출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는 도덕이나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국가 생존에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차원으로 문제가 확대됐다. 너무 빠른 속도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꾀한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느리게 전환한다면 결국 기업과 국민에 부담이 돼 돌아올 것이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할 수 없다면 큰 부담이 된다. 국가 차원의 계획이 절실한 이유다. 기업이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양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개별기업의 능력을 넘어선다. 국가 리더십으로 전환 이슈를 유지하고, 목표 달성 계획과 전환이 가진 당위성을 설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 기상청은 예년보다 올해 비가 더 많이, 오래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극한기후로 폭우 강도는 더 세지고 빈번한 산사태 발생과 장마철에도 지역별로 호우와 폭염이 번갈아가며 이어지고 있다. 국회 차원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후위기를 불러온 탄소를 저감하는 일이다. 물론 탄소를 저감한다고 바로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선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온난화로 인한 물 피해가 가장 크다. 과거에도 홍수와 태풍은 있었다. 지금은 극한기후에 대처하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재난 크기가 예전보다 더 커졌고, 자주 일어나고 있어 이에 맞는 대책을 행정부처에서 마련해야 한다. 이는 국토부 소관일 수도, 환경부 소관일 수도 있다. 예측되는 재난별로 행정부처에서 대책을 잘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100년 주기 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국지성 호우가 빈번해졌다. 과거 기준으로 만들어놓은 제방들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제시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논의들이 실제적으로 피해 방지로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포럼이 맡고 있다.
Q. 물순환촉진법 하위법령 제정안이 입법 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물순환 촉진 종합계획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물순환 취약성에 대해 평가한다고 했다. 서울시 불투수 면적률이 50%대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중 호우로 인한 시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물순환 전주기를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시기적으로 아주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도시화는 진행 중으로 배수시설, 불투수 면적률이 증가하고 있다.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순환촉진법 범위 안에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는 기후적응 대책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 전체가 홍수가 나지는 않는다. 강남역을 포함해 집중호우에 취약한 지역은 불투수 면적률과 관련이 깊다.
갑자기 큰 비가 내리더라도 빗물이 도심에 피해를 주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일단 물순환 전주기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등 법체계에 마련돼 있다. 이 비용을 사용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법 시행에 예산이 얼마나, 언제 집행돼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Q. 5월31일 11차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발표됐다. 석탄 발전 비중은 19.7%에서 17.4%까지 낮아졌다. 반면 원자력 발전은 신규 원전 건설이 포함됐다. G7이 최근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한 상황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합의를 두고 여러 쟁점 사항이 있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비율 문제는 합의가 쉽지 않아 논쟁 중이다. 원자력발전소 계획과 건설에는 15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정부가 3번 바뀔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시행해야 하는 우선순위를 놓쳐서는 안 된다.
현재 탄소배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석탄발전소이다. 석탄발전소 문제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뤄야 할 시기다. 이것은 여야가 동의할 수 있는 이슈다.
Q. 11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를 앞두고 있다.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마지막 INC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협약 이행에 필요한 구속력과 재원 조달, 1차 원료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감축 등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시기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이 논의는 일반 시민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플라스틱은 석탄, 석유, 가스를 사용해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화학산업 비중이 높다. 반면 석유화학산업이 없는 나라도 있다. 단순히 플라스틱 오염 해결만을 위한 국가 간 협상이 아니다. 산업적 이해가 걸린 문제로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 재료 중 철강 말고는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자동차에도 들어가고 고무는 석유화학제품이다. 시간이 지나면 분해돼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플라스틱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에는 국제사회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생산하지 않는 나라는 더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과 토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플라스틱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견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영향은 모든 산업계에 미칠 것이다. 합의 후에도 우리 생활과 경제에 꼭 필요한 플라스틱은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것들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논의가 양극단으로 가서는 안 된다. INC 개막 전에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 다양한 분야 의견을 정부 관계자가 경청할 필요가 있다. 논의가 극단으로 가지 않으려면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부분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역할을 할 수 있다.

[ 윤제용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화석연료를 남용해 발생한 것이다. 기후위기 극복, 탄소중립 전환은 화석연료에 기반하지 않는 사회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는 석탄과 석유, 가스 중심 사회에 살고 있다. 석탄 2/3가량이 전력 생산에 사용된다. 나머지는 철강산업에 쓰인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1/3을 차지하는 석탄 사용을 줄이려면 석탄 이용 발전을 전환해야 한다. 석탄 발전소를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가스 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석유의 절반은 자동차, 배, 비행기 이동에 사용된다. 아마도 미래는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전기차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석유 사용의 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석유의 나머지 절반은 납사(나프타, Naphtha)가 된다. 납사는 합성섬유, 고무, 플라스틱을 만드는 재료다. 현재 납사 원료로 석유 대신 재생에너지 원료나 바이오 원료를 이용하자는 논의가 있다. 가스도 기술개발을 통해 사용량을 줄여 나가야 한다. 기술개발이 안 돼 석탄, 석유, 가스를 대체하는 전환이 어렵다면 탄소중립 역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 연료의 전환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전환은 몇 년 노력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탄소중립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