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류와 수리류, 어떻게 다른가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강재민 학생기자 = 휴전선 근처에서 큰 독수리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독수리가 사람만 하다.’ 또는 ‘독수리가 어린아이를 채갔다.’ 등 독수리의 거대한 크기에 관한 민담도 많다. 그런데 당신이 아는 독수리는 절대 사람을 채갈 수 없는데 이상하지 않은가? 사실 우리가 흔히 독수리라고 통칭하는 맹금류는 독수리류와 수리류라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이 둘은 같은 과이지만 전혀 다른 습성을 가지고 있어 영미권에서는 Eagle과 Vulture로 구분된다. 지금부터 두 분류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자.

가짜 독수리들

흰머리수리 /사진=환경일보DB
흰머리수리 /사진=환경일보DB

사진 속의 새가 독수리로 보이는가? 하지만 이 새는 ‘가짜’ 독수리다. 이 새의 이름은 흰머리수리(Haliaeetus leucocephalus)다. 미국의 국조로 유명한 이 조류는 어류나 다른 작은 조류들을 즐겨 사냥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아마 여러분이 한 번씩은 보았을 만한 이 종은 최대 7kg에 달하는 몸무게와 익장(날개를 펼쳤을 때의 길이) 2m가 넘는 수리류 중에서 대형 종이다. 그렇다면 수리류란 무엇일까? 수리류는 영어로 Eagle이라고 한다. 이 종류는 흰머리수리, 참수리 등 우리가 아는 수리과의 맹금류들을 가리킨다. 이 맹금류들은 주로 상대적으로 작은 먹잇감들을 사냥한다. 그렇다면 이 새가 왜 ‘가짜’ 독수리라는 것일까?

진짜 독수리들

독수리 /사진=환경일보DB
독수리 /사진=환경일보DB

그것은 바로 이 거대한 녀석들 때문이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저 독수리가 ‘진짜' 독수리(Aegypius monachus)다. 최전방에서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 봤다는 독수리는 바로 이 녀석이다. 14kg의 무게, 3m가 넘는 익장은 이 독수리를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독수리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종이다. 이 맹금류들은 시체를 주로 먹는 하늘의 청소부다. 사진 속 개체처럼 도로 근처에 자주 서 있는 모습이 발견되는 이유 또한 자동차에 차에 치여 죽은 동물 사체를 먹기 위함이다. 이러한 시체를 주로 먹는 시체 청소부 습성을 가진 수리과 맹금류들을 독수리류(vulture)라고 하는 것이다.

독수리를 통해 알게 된 생물다양성

독수리류와 수리류는 기본적으로 같은 수리과에 속하는 생물 분류군이다. 하지만 주로 사는 서식지와 주변 환경에 따라 분화된 큰 두 분류군을 부르는 이름이 바로 수리류와 독수리류이다.

수리류는 뛰어난 시각을 이용해 살아있는 다른 생물을 사냥하여 먹이를 얻는다. 반면 독수리류는 발달한 후각을 기반으로 주변의 시체를 찾아 먹이를 얻는다.

이번에는 머리의 깃털을 비교해 보자. 독수리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머리 깃털이 듬성듬성하다. 하지만 흰머리수리의 머리를 보면 깃털이 풍성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생물다양성 때문이다. 이것은 크게 환경과 먹이라는 두 이유를 통해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살아가는 환경의 차이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광활한 사막과 같이 거대한 사냥터에서 먹이를 찾아야 하는 흰머리수리는 2km 이상 보이는 눈을 무기로 사냥해 먹이를 찾고, 숲이 많이 분포된 아시아 부근에서 먹이를 찾아야 하는 독수리는 후각으로 시체를 찾는 방식으로 분화됐다.

두 번째는 주 먹이의 차이이다. 독수리의 듬성듬성한 머리털은 주로 시체의 내장을 파먹기 때문에 피와 구더기 등이 머리털에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화했다. 이는 머리털에 이물질이 묻어 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흰머리수리는 막 사냥한 먹이의 살을 날카로운 부리로 뜯어 먹기 때문에 머리 깃털이 남아 있다.

이렇듯 생물은 다양한 환경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진화를 통해 다른 종으로 분화하곤 한다. 이렇게 종간의 다양성을 칭하는 용어가 바로 생물다양성이다.

따라서 우리가 처음에 본 흰머리수리는 시체를 찾는 독수리류가 아닌 능동적인 사냥을 하는 수리류로 분류된다. 이제 여러분이 이 두 맹금류를 잘 분류하게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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