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홍해파리'의 불사 비결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이수아 학생기자 = 파도 아래 수면 깊은 곳, 생사의 순리를 거부하는 신비한 생명체가 살고 있다. 바로 ‘불사의 해파리 Immortal jellyfish’라고 불리는 홍해파리 (Turritopsis dohrnii)이다.

5㎜에 불과한 이 작은 해파리는 마치 마법 같은 능력, ‘세포 재분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른 해파리들은 번식 후 목숨을 다하지만, 홍해파리는 스트레스나 부상을 받으면 기적처럼 폴립 단계, 즉 어린 무성 생식 시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 놀라운 생물학적 회복력은 과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어왔고, 한 가지 의문을 던져왔다. 이 작은 해파리가 세포 불사의 비밀을 쥐고 있는 걸까?

홍해파리 /사진출처=AZ 애니멀스
홍해파리 /사진출처=AZ 애니멀스

홍해파리는 1883년 처음으로 과학자들에 의해 기록됐다. 그러나 ‘불사’의 비밀이 밝혀진 것은 무려 100년이 흐른 1980년대였다. 우연히도 한 실험을 통해 극적인 발견이 이루어진 것이다.

크리스티안 조머(Christian Sommer)와 조르지오 바베스트렐로(Giorgio Bavestrello)는 홍해파리를 채집하여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은 폴립이 성체 해파리, 즉 메두사로 변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이 메두사가 산란을 위해 성숙할 때까지 기다렸다. 당연히 과학자들의 예상은 이 메두사가 수정 후 유생을 배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들여다보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새로운 폴립들이 바닥에 즐비하게 붙어 있었다. 연구팀이 계속해서 해파리를 관찰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홍해파리의 메두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정이나 유생 단계 없이 바로 폴립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말하자면 홍해파리는 죽음 직전 급류를 거슬러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홍해파리는 본래 지중해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 세계 해양에서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해파리가 전 세계를 침투하는 데는 인간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유력한 설이다. ‘불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홍해파리는 무임승차 꾼으로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화물선이나 유람선과 같은 선박들은 안정을 위해 ‘선박평형수’라는 물을 배에 채우고 다시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홍해파리가 물에 섞여 들어가 해양을 가로 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홍해파리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특징도 전 세계 침투에 한몫했다. 작고 투명하며 서식지에 따라 모습도 다양하므로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나마와 같은 열대 지역의 홍해파리는 촉수가 8개뿐이지만, 지중해나 일본과 같은 온대 해역에 서식하는 종은 24개 이상의 촉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가 왜 생기는지는 아직 미궁이다.

죽지 않는 비밀을 파헤칠 신비한 동식물 세계

소이 불멸의 해파리라 불리는 홍해파리는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주목 받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소이 불멸의 해파리라 불리는 홍해파리는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주목 받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대부분 해파리의 생애는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 미란다 로우 박물관 큐레이터는 이렇게 설명한다. "알과 정자가 방출되어 수정되고, 그 결과 자유롭게 헤엄치는 유생 형태가 된다. 이 유생은 붙어 자리 잡을 단단한 표면을 찾을 때까지 해류 속을 이동하며 헤엄친다. 그리고 성숙하고 자라나기 시작한다." 유생은 폴립으로 성장하고, 이 폴립은 다시 출아를 통해 새 새끼 해파리로 성숙한다. 성체 해파리는 메두사라고 불린다.

홍해파리의 메두사는 물리적 손상을 입거나 굶주림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는 대신 자기 자신을 몸속으로 집어넣으며 촉수를 흡수하고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그리고 젤리 같은 낭(囊) 모양으로 해저에 가라앉는다. 이 덩어리는 24~36시간 안에 새로운 폴립, 즉 이전의 생애 단계였던 것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성숙한 뒤에는 다시 새 메두사가 출아한다. 이 현상은 죽음을 맞이하는 대신 다시 애벌레로 돌아가 성체로 변태하는 것과 비유할 수 있다. 이 놀라운 변형 뒤에는 ‘전분화(transdifferentiation)’라는 극히 드문 과정이 숨겨져 있다.

메두사 세포와 폴립 세포는 서로 다르다. 일부 세포와 기관은 폴립에서만 발견되고, 다른 세포와 기관은 성체 해파리에게서만 발견된다. 전분화는 메두사의 특수화된 세포를 다시 재구성해 특수화된 폴립 세포로 만들어, 최근까지 헤엄치던 자유로운 모습에서 완전히 다른 몸체 구조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다시 성숙하여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메두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즉 정리하자면, 특수화된 성체 해파리 세포가 덜 분화된 상태로 되돌아가 본질적으로 줄기세포와 유사한 형태가 되고, 세포들은 재조직되어 새로운 폴립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해파리는 본래의 생활 순환을 되돌리고, 젊은 단계로 돌아가 이 주기를 무한정 반복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이러한 생애 주기의 역전은 반복될 수 있으며, 완벽한 환경 조건에서라면 홍해파리는 노쇠로 인해 죽는 일이 없다.

하지만 홍해파리를 통해 불사의 비밀을 푸는 길은 가시밭길이다. 이 매혹적인 생명체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폴립 단계로의 역행능력 자체는 잘 알려졌지만, 2019년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에 로페즈-레겐틸 (Lopez-Legentil) 외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진정한 생물학적 불사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반복적인 세포 재분화 과정이 해파리의 전체적인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게다가 야생에서 이 변형을 유발하는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을 실험실에서 완벽하게 재현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더욱이 세포 회복 과정 자체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2017년 ‘플로스 원’에 네소 (Neso) 외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재생된 폴립이 원래의 폴립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하지 않을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돌연변이가 축적될 수 있다고 시사한다.

또 세포 재분화와 관련된 에너지 소모는 해파리의 전체적인 건강과 수명에 예측하지 못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홍해파리가 진정한 ‘생물학적 불사’로 연결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또한, 표면적으로는 매끄럽게 보이는 이 재생 과정에도 예측하지 못한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홍해파리는 세포 재생의 신비를 푸는 데 여전히 희망의 불씨 역할을 한다. 세포 가소성의 잠재력과 생물체의 놀라운 재생 능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창이기 때문이다.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홍해파리는 단순히 생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영감을 줄 수도 있다. 과학계는 이 매혹적인 생명체에 관한 지속적인 탐구를 열망하며, 그로 인해 인류 건강에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홍해파리의 세포 재생 메커니즘을 규명한다면 재생 의학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은 해파리의 능력에서 영감을 받아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거나, 심지어 연관 질환까지도 역류시킬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해보라. 홍해파리의 세포 재분화 과정 뒤에 숨겨진 복잡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재생의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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