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이윤재 학생기자 =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현격히 감소하거나 소수만 남아 있어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생물을 말한다.
멸종위기종 1급과 멸종위기종 2급으로 나누어 보호 관리하고 있는데, 현재 멸종위기종 1급에는 68종이, 2급에는 214종이 지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일까? 멸종위기종의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 멸종위기종 보호가 우리의 생태계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황소개구리의 천적, 물장군

물장군은 물장군과의 수서곤충, 민물에 사는 곤충이다. 편평한 장타원형 모양이며 색은 주로 황갈색 또는 갈색을 띤다. 몸길이는 50~70mm로 한국에서 가장 큰 수서곤충이기도 하다.
물장군은 매우 독특한 사냥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먹이에 촉수를 꽂아 소화효소를 주입한 후 사냥감이 서서히 녹아내릴 때 즙이 된 먹이를 빨아 먹는다. 덕분에 물장군들은 개구리, 뱀 등 자신보다 몸집이 커다란 동물들까지도 잡아먹을 수 있다.
한동안 한국의 생태교란종으로 유명했던 황소개구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황소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래종으로 토종 생물들을 무분별하게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문제로 주목받았었다. 한국에 황소개구리의 천적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천적으로 소개된 종 중 하나가 바로 이 물장군이다.
물장군은 자기 몸보다 몇 배 큰 황소개구리의 성체만 아니라 황소개구리의 올챙이도 먹는데, 일반 물고기보다도 황소개구리의 올챙이를 먹이로 선호한다. 이렇듯 물장군은 황소개구리와 살무사 등을 잡아먹는 최강 포식자로 자리 잡아 생태계 유지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최근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처 파괴, 농약으로 인한 수질오염과 같은 이유로 개체 수가 줄어 1998년부터 멸종위기 생물 2급 보호종으로 분류되었다.
자연이 선물해준 살충제, 박쥐

박쥐는 익수목에 속하는 분류군의 총칭이며 유일하게 자유로운 비행을 할 수 있는 포유류이다.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고, 주로 동굴이나 폐광 등에 서식한다. 이들은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인데 이에 알맞게 대부분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해 비행하고 사냥한다.
박쥐가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은 박쥐가 곤충을 먹이로 삼는다는 점, 식물의 종자 확산과 수분을 도와준다는 점이다. 박쥐는 자기 몸무게의 절반 정도나 되는 양의 곤충을 먹을 수 있는 대식가들이다. 박쥐들이 곤충 개체 수 조절에 큰 영향을 주며 농작물의 해충 피해를 막아주는 살충제의 역할을 해준다고도 볼 수 있다.
이 특성을 이용해 박쥐를 친환경농법에 사용한 사례들도 있다. 숲, 동굴, 도시에까지 광범위하게 서식한다는 특징으로 식물 수분과 종자 번식에도 큰 도움을 준다. 추가하자면 박쥐들은 일반적인 생태계의 건강 지표로 개체 수 모니터링을 통해 조기 경고 시스템을 얻을 수도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절대 사라져선 안 될 생물 중 하나로 꼽는 생물이 박쥐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많은 박쥐가 멸종위기의 위협을 받고 있다. 2020년도 기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모든 박쥐 종의 40%는 멸종위기종, 준위협종 또는 데이터 부족으로 분류되어 있다. 한국도 박쥐들이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개체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붉은 박쥐와 작은관코박쥐는 멸종위기종 1급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숲의 새로운 포식자, 담비

담비는 족제빗과에 속하는 동물로 몸길이는 90-110cm 정도 된다. 머리, 얼굴, 다리, 꼬리가 검은색이며 아래턱은 흰색, 목에서 등 쪽으로 갈수록 노란색에서 검은색 털을 가져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먹이의 범위가 넓은 잡식성의 동물인데, 식물성 열매부터 곤충과 조류, 포유류까지도 모두 먹이 삼는다.
특히 한국의 담비는 무리생활하며 협동 사냥을 하는 특성을 가져 작은 설치류 중심의 소형동물이 아닌 중대형 종을 주로 사냥해 먹는다. 우리는 담비가 대형 초식동물들의 천적이라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중후반 이후 호랑이, 늑대, 표범과 같은 식육목(포유강 중 육식하는 생물)이 사라진 한국 산림에서 담비는 생태계 조절자 역할을 한다. 한국 산림의 최상위 포식자로 생태계 유지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를 잡아먹는다. 또 곤충 먹이원 중 말벌을 주로 사냥해 사람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며, 넓은 행동권으로 종자식물을 널리 퍼트려주는 역할도 한다.
앞서 말했듯, 담비는 22.3~59.1㎢에 이르는 넓은 행동권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넓은 면적의 서식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담비는 서식지의 단편화로 개체수가 감소해,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한동안 사라진 줄 알았던 담비들이 서서히 다시 목격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우리의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멸종위기종 보존의 중요성
멸종위기종은 모두 각자의 생태계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사람들에게도 직접적인 도움을 줘 경제적 가치도 있다. 위 사례들과 같이 과거에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제 잘 보이지 않는 중요한 생태종들의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거나 지금은 사라져도 대체 가능할 것 같은 종이라고 해서 멸종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모든 생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종이 사라지는 것은 멸종된 생물 종과의 이별을 넘어 그 생태계 속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 한 종의 멸종은 먹이사슬로 연결된 다른 생물들의 개체 수에 영향을 줄 것이며 식물의 종자 번식에도 영향을 준다. 크게는 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리게 할 수도 있다.
자연은 그 자체로 회복력을 가지고 있어 언젠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겠지만,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다시 회복되기까지 사람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다가 생물종들이 멸종해 가는 환경은 결코 우리 인간에게도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닐 것이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보호하는 일이다. 우리는 다양한 생물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이들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