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RA, EU NZIA 등 전 세계 탄소중립 ‘보호무역 기조’ 강화
우경화 EU, 트럼프 재집권 시 K-배터리 유동성 위기 처할 수도
“산업별 탄소 감축 달성 위한 지원 규모 선정 및 법안 만들어야”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은 경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 무대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여전히 국내 재생E 산업은 위축돼 있어 이에 대한 법안 마련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직이다. /사진=환경일보 DB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은 경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 무대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여전히 국내 재생E 산업은 위축돼 있어 이에 대한 법안 마련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직이다. /사진=환경일보 DB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은 이제 기후위기 시대의 뉴노멀이 됐다. 더 이상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탈탄소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재편되고 있는 현실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와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전 세계는 기후위기를 계기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 등 각국의 정책이 그 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또한 탄소중립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의 산업은 탄소중립 산업의 공급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100%(RE100) 사용을 요구받고 있다.

아울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23년, 넷제로 로드맵 보고서를 통해 태양광, 전기차 등 재생에너지의 기록적인 성장으로 1.5℃ 기후목표 달성의 희망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10년간 에너지 전환에 연간 약 4조5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더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따라서 탄소중립 산업의 육성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우리의 경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 무대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필수적이다.

EU, 사용전력 50% 재생E··· 
국내는 재생E 발전 ‘10%’ 밑돌아

전 세계가 에너지전환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올해 상반기 EU 내에서 사용된 전력 가운데 50%가 재생에너지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0%를 밑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탄소중립 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특히 기업들의 혁신을 지원하고 새로운 탄소중립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산업 육성의 필요성과 과제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박지혜 의원은 “국내 탄소중립산업의 공급망을 해외에 다 빼앗기기 전에 우리 산업을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 및 국가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산업 및 통상 정책 연계 강화 추세에 있다.

미국은 IRA, EU는 탄소중립산업법, 핵심원자재법 등을 발표하며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탄소중립 기술‧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아시아권인 일본 역시 일본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추진법 및 GX 추진 전략을 통해 안정적 에너지 공급확보를 대전제로 한 탈탄소 정책,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 도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시장 침체··· “활성화 정책도 없어”

반면, 대한민국은 탄소중립의 기본인 재생에너지 산업 위기에 국면에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와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태양광 국내 시장 침체로 귀결되고 있다. 아울러 중소업체들의 생존 위기, 대형업체들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또 풍력은 국내 시장이 너무 작아 업체들 모두 해외 시장에 의존하고 글로벌 1위 풍력 타워업체, 아시아 최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업체를 보유하고도 국내 시장 활성화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유럽, 미국 모두 전기차 지원 정책이 후퇴했고, 우경화된 EU에 트럼프까지 재집권하면 K-배터리 일부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 탄소중립 기업의 육성으로 일자리 확보와 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명시하고, 명시된 산업별 탄소감축 목표하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규모를 미리 선정하고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산업 육성의 필요성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국회미래연구원 정훈 연구위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책 이행 및 후속 정책 연계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산업 육성의 필요성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국회미래연구원 정훈 연구위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책 이행 및 후속 정책 연계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탄소중립산업 전환을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발제한 국회미래연구원 정훈 연구위원 역시 “2021년 12월 산업 부문 및 에너지 부문 탄소중립 전환 전략을 수립해 발표했으나,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책 이행 및 후속 정책 연계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2024년 2월 현 정부에서는 탄소중립 및 디지털 전환을 포함한 ‘신산업정책 2.0’을 발표했으나, 세부 전환 전략은 제시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인 정 연구위원은 “탄소중립에 필요한 비용 추계 및 재원 마련 방안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 투자 체계를 개선해 산업 부문 탄소중립 전환 이행력을 확보하고 입법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적 당위성만 강조하다 보니 ‘이익(return)'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탄소중립 투자 ‘가치평가 모형’ 필요

이시형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실 과장은 탄소중립 노력에 대한 가치가 높아져야 하며, 탄소중립 투자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평가 모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현재 우리의 규제 시스템을 현재 수준의 감축기술 도입‧확산이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계에서도 전기차 등 지원에 대한 과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고금리 지속으로 기업 투자여건이 어렵고 한국지엠 등 외투기업의 국내 투자 불확실성이 증가했으므로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제 지원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준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일몰 기한 삭제 또는 최소 5년 이상 연장이 요구된다”며 “전기차 판매 활성화를 위해 3년간 한시적으로 구매 보조금 증액 및 전기·수소차 구입 시 개별소비세, 취득세 감면 3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대표적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토가 좁고 70% 이상의 면적이 산지로 이뤄져 태양광 발전 확대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성진기 풍력산업협회 부회장은 “해외의 탄소감축 법안에 대응하고 RE100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해상풍력발전이 해답”이라며 해상풍력발전이 2040년까지 100GW 규모 이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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