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릇 확대는 4대강 사업의 재탕, 주먹구구식 토건정책 폐해 우려
기후문맹적 토건주의에서 벗어나 유역 기반의 자연기반해법 필요

[환경일보] 환경부(장관 김완섭)가 7월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 등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발표했다.

기후대응댐 후보지(안)은 총 14곳으로,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이다. 권역별로는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 3곳이다.

한강권역에는 강원 양구군 수입천 다목적댐 등 4곳, 낙동강권역은 경북 예천군 용두천 홍수조절댐 등 6곳, 금강권역은 충남 청양군 지천 다목적댐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에는 전남 화순군 동복천 용수전용댐 등 3곳이다.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의 댐 신규 건설 계획을 밝힌 것으로, 지역주민들은 물론 환경단체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전국에 12곳을 선정해 댐 건설 신설 수순을 밟았지만 지역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큰 논란을 빚었다.

그 결과 다목적댐 건설은 지난 2010년 착공된 보현산 다목적댐 이후로 14년간 단 한 곳도 새롭게 추진되지 못했다.

그래서 환경부는 “2022년 태풍 힌남노로 많은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냉천 유역도 상류에 항사댐이 미리 건설되었더라면 그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수뿐만 아니라 극한 가뭄과 장래 신규 물 수요를 감당하기에 현재의 물그릇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리인데, 그 예로 수도권 용수 공급의 주요 원천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을 들었다. 

해당 댐 용량의 94%를 이미 사용하고 있어,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생활용수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국가 전략산업 지원에 필요한 미래 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물그릇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물그릇 확대, 4대강 사업 재탕

물그릇 확대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들고 나왔던 한물 간 주장이다.

당시에도 4대강을 준설하고 물그릇을 확대하면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후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보에 막힌 4대강은 녹조로 물들었고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각종 생물들이 사라졌다. 

환경부가 댐 신설의 효과로 가장 먼저 언급한 홍수 방어 능력은 홍수 피해 발생 원인의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환경부는 댐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국의 수해 피해가 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표현했지만, 최근 발생한 대부분의 수해 피해 사례는 제방의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내수 배제 불량이 원인이었다.

또한 신규 댐의 총저수용량을 보더라도 홍수 방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부가 스스로 밝히듯 저수량 수백만톤 규모, 하루 약 200㎜ 강우 수용 수준의 홍수 방어용 댐은 기후위기 시대에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 발생이 잦은 상황에서 300㎜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면 환경부가 계획한 댐들은 오히려 저수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홍수 방어를 위한 정확한 원인 진단과 이를 위한 대응을 제대로 고민했다면 환경부의 이 같은 계획은 나올 수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 발생이 잦은 상황에서 300㎜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면 환경부가 계획한 댐들은 오히려 저수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 발생이 잦은 상황에서 300㎜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면 환경부가 계획한 댐들은 오히려 저수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효과마저 의심스러운 대규모 토건사업

환경단체들은 용수 확보를 위해 환경부가 내세운 근거의 진위마저 의심하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4월 ‘섬진강·영산강 중장기 가뭄 대책의 근거’ 자료를 통해 과거 최대 가뭄 시 해당 지역에 일일 36만8000톤의 물 공급 부족량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발표 불과 4개월 전 현 국가물관리위원장인 배덕효 교수가 학회장으로 있는 한국수자원학회는 유역물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유역물관리종합계획’에서 과거 최대 가뭄 시 해당 지역에 일일 1만2822톤이 부족했던 것으로 산정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두 수치 사이에는 거의 30배에 달하는 차이가 난다.

또한 환경부는 2023년 광주·전남 가뭄을 예로 들어 댐이 없다면 조만간 용수 부족 사태를 겪을 것처럼 위기감을 조성하지만, 실제 2023년 가뭄 당시 광주·전남 지역은 용수 조절 등을 통해 적절히 가뭄을 극복했다.

가뭄 대책은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하지, 언제 효과를 발휘할지 모를 대규모 토건 사업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댐을 짓겠다고 주장하지만, 환경부의 계획 속에는 기후위기로 인해 가속화되는 생물다양성 붕괴 위기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비판했다.

IPCC 6차 평가보고서 제2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담수 생물의 개체수는 세계 평균 74%가 감소해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환경부의 계획에 포함된 수입천댐의 상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수입천댐이 지어질 경우 수몰돼 서식처를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울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보 개방 전 수변 공간이 사라진 2013년 세종보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보 개방 전 수변 공간이 사라진 2013년 세종보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댐으로 홍수 예방? 철 지난 농담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는 대규모 토목 사업이 기후위기의 만능 해결책인 양 선전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오래된 댐을 허물어 자연기반해법을 도입하고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방 관리 부실과 하천 공간 부족이라는 진단을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에게는 제방 정비 및 반지하 등 홍수 취약지 주거 개선, 습지와 같은 홍수터 복원과 더불어 수재해 시 경보체계 개선 등 비구조적 대책에 집중하는 홍수 대응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역시 “이번 발표는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을 핑계로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고 이를 중심에 둔 물 관리 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보지를 도출했다고 적시하고 있지만, 그 평가 기준과 준거들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댐 후보지를 설명자료로 내놓으면서 저수용량에 따른 예상 물 공급량 같은 기본적인 예측 수치만 붙였다.

해당 지역에 필요 용수량이 얼마만큼이고 부족량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고질적인 가뭄지역과 해당지역의 상관관계가 어떠한지도 개연적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다목적 댐이라고 구분해 놓고 홍수에 어떻게 해당 댐이 대응할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없다.

세종보가 완전 개방되면서 금강에는 모래톱이 생기고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수달 및 흰수마자, Ⅱ급 삵 등)의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다시 보가 닫히고 있다. 
세종보가 완전 개방되면서 금강에는 모래톱이 생기고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수달 및 흰수마자, Ⅱ급 삵 등)의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다시 보가 닫히고 있다. 

개발부서로 전락한 환경부

녹색연합은 “댐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는 수단이라는 논리는 철 지난 농담 같은 것이다. 4대강에 만들어진 16개 보도 시작이 이런 이유였지만 박근혜 정부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까지 4대강 보가 가뭄과 홍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명백백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가뭄지역과 4대강 보가 위치한 지역의 상관관계는 현저하게 낮다. 그런데도 댐 건설을 선언하면서 다시금 가뭄과 홍수를 들고 나왔다.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환경부는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 부서가 아닌 산업과 개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부서로 전락했다”며 “전 세계가 기후와 생태의 위기를 강조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지금, 환경부는 기후문맹적 토건주의에서 벗어나 유역 기반의 자연기반해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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