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활성화 위해 마지막 남은 자원까지 쥐어짜는 정부

[환경일보] 정부가 8월8일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오는 11월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지정하고 이를 통해 8만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최근의 서울 그린벨트 대규모 해제는 2020년 서울에 13만여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8.4 주택공급대책’ 발표에서 그린벨트 지역인 태릉 골프장에 1만 세대를 짓겠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태릉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모인 ‘초록태릉을 지키는 시민들’과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단체의 연대체인 ‘태릉보전연대’가 저항하고, 노원 지역의 정치권이 가세해,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흐지부지된 바 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판교와 위례 등 신도시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었으나 수도권 땅값이 요동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그린벨트를 풀어 세곡동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으나 주택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려 오히려 로또 아파트로 전락했다.

백번 양보해 그린벨트를 밀고 아파트를 짓는 것이 수요공급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할지라도 실효적 공급은 빨라도 10년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의 집값 상승을 잡는다는 표면적 이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게다가 지금껏 저출산 대책이랍시고 신생아특례대출, 50년 짜리 주담대 등을 통해 주택 수요를 자극해 집값을 떠받쳐온 정부가, 이제 와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명분으로 그린벨트를 허물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기모순이다.

한쪽에서는 집을 사라며 이자를 낮추고, 부동산 관련 세금까지 줄여가며 부추기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집값을 낮추겠다며 대규모 공급을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게다가 현재 상황은 미분양 물량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6만호를 넘어 7만호를 기록하고 있다. 팔리지 않는 아파트가 이미 7만채나 쌓인 상황에서 그린벨트까지 훼손해가면서 아파트를 더 짓는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건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나라의 마지막 남은 자원을 쥐어짜는 것도 모자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환경까지 밀어넣겠다는 의미다.

미국의 장기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주식이 폭락하는 현 상황에서 10년 후에도 지금의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쌓아 올린 미국의 소비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에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재현될 것인지 우려되는 시점에서 부동산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훼손을 하겠다는 것은 집값을 떠받치기 위한 무모한 도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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