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우리의 요란한 술자리 문화인 ‘송년회’ 시즌이 지난 후 사람들이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전립선염이다. 과음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 그 동안 잠복돼 있었던 원인들이 전립선염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결혼한 지 1년 정도 된 회사원 최 모(32세)씨가 병원을 찾았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그는 업무성격상 술자리 접대가 많은 편이다. 11월 말부터 시작된 송년회 일정으로 이미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으며, 앞으로도 달력이 까맣게 보일 정도로 송년회 약속이 연말까지 꽉 차 있었다. 이런 그가 아랫배가 뻐근하고 소변보는 횟수가 많아지며, 심한 잔뇨감과 고환통까지 느낀다고 호소를 했다.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 결과 비임균성 요도염 원인균 중 하나인 클라미디아의 전립선 감염과 최근 폭음으로 누적된 피로로 전립선염이 악화된 것으로 진단이 되었다.
배뇨와 발기 및 사정에 관계하는 근육과 신경들이 모여 있어 배뇨조절, 사정, 발기력을 좌우하며 정액의 20~30%를 차지하는 전립선액을 만드는 중요한 기관이 전립선이다. 따라서 전립선에 이상이 생기면 배뇨에도 이상이 오고 성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전립선염은 미국의료보험통계에 성인남성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남성들에게는 흔한 질병이다. 우리나라 청장년 남성에서도 10% 이상의 유병율을 보이는 흔한 질병이다.
전립선염은 세균감염, 자가면역성, 전립선관 내로의 요역류, 바이러스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며, 최근에는 염증 없이 스트레스에 의한 증후군만 보이는 경우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 재발율이 높고 완치가 어려운 질병 중 하나다.
전립선염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는데 90%이상이 만성 전립선염이다. 급성 전립선염에는 발열을 동반한 극심한 통증이나 요폐현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만성 전립선염의 경우 생식기나 치골부위의 통증이나, 잔뇨감, 빈뇨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만성 세균성 전립선염 중 요도염의 원인균에 의한경우를 제외하면 여성에게로의 전염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전립선염의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가 기본적인 전립선 검사와 추가적으로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를 통해 세균성과 비세균성 원인인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 전립선염의 원인이 비세균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사를 통해 전염성이 배제된다면 근거 없이 배우자를 멀리하거나 자신감을 잃어 성생활의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전립선 환자의 경우 사정시 쾌감 저하, 발기력 약화, 조루 등의 성기능 관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상당수에서 관찰된다. 따라서 평소 조루증세가 없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증상을 보이거나, 고환, 회음부, 음경 등에 통증이 있고 소변보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면 전립선염을 의심하는 것이 좋다. 전립선염에서의 신경통 증세와 성기능 관련 증세는 전립선 주위와 전립선 내부의 복잡하게 분포된 신경의 자극 때문으로 추측된다.
전립선염 등 배뇨장애 관련 질환의 경우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발병빈도가 높아지거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땀으로 나가는 수분량이 줄어들어 소변량이 여름철보다 많아지고, 전립선과 방광을 감싸고 있는 평활근이 수축되고 이완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광에서 요도로 이어지는 긴장도가 높아져서 소변을 밖으로 원활하게 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전립선염이 있는 환자들은 체온을 보존하도록 따뜻하게 옷을 입고 외부 기온에 잘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립선염의 치료는 쉽지가 않다. 치료의 근간은 항생제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전립선이 항생제와 같은 약물의 침투에 저항하는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성전립선염은 세균성이든 비세균성이든 최소 4~6주의 꾸준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동시에 마그네틱체어를 이용한 자기장치료, 온열치료, 전립선 마사지 등을 병행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치료와 아울러 카페인 음료, 음주, 자극성 있는 음식의 자제와 주 2회 정도의 주기적인 사정, 매일 5-10분의 온수 좌욕을 하는 등의 생활 습관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립선염은 염증이라는 용어 때문에 세균감염을 연상하고 성병 등과 같은 전염성 질환으로여겨 수치심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전립선염은 성병균과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 수치심 극복이 치료의 출발이다.
※문의: 연세우노 비뇨기과(강남점) 02-538-8182, http://wowu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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