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의 반대말, 중대재해 이야기]
사공현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스마트 서울분사무소)

사공현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스마트 서울분사무소) 
사공현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스마트 서울분사무소) 

[환경일보]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달리던 한국의 산업화 시대에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의 위험성을 아무도 잘 알지 못했다. 한국의 석면 산업은 1970년대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1990년대 황금기를 거치며 사회 곳곳의 건축자재로 사용됐으나 즉각적인 피해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특별한 보호 장비도 없이 석면에 그대로 노출됐다.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에서 무려 2009년에 이르러서야 석면제품의 제조 및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는 점이다.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와 유해물질 사용에 대한 법적 제재는 이미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난 뒤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중화학공업의 추진 등 급격한 산업화에 따라 위험한 기계기구의 사용 증가, 새로운 공법의 채용 등에 의한 산업재해의 대형화와 빈발, 유해물질의 대량 사용 및 작업환경의 다양화에 따른 직업병의 발생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적극적·종합적인 산업안전보건관리에 필요한 위험방지기준을 확립하고 사업장 내 안전보건관리체제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사업주 및 전문단체의 자율적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산업재해를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해 근로자의 안전, 보건을 증진·향상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이유와 함께 1981년 제정됐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 등이 지켜야 하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실질적인 책임주체들에 대한 처벌수준이 미미하기에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들은 계속 빈번하게 발생했는 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사후적인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안전사고의 예방이 잘 이행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사업주 등이 기존에 안전점검 등 대비를 철저히 했던 경우에도 예기치 못한 갑작스런 ‘사고’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적인 처벌만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한 옐리네크의 명제처럼, 어쩌면 법적 제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유해물질들의 위험성에 무지(無知)했던 것처럼 현 시대에 우리가 무지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도외시되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을까. 바로 우리 사회가 무지한 위험성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10년 전부터 예고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체감하는 기후변화는 최근에 이르러서인 듯하다. 올여름 특히 이례적인 폭염에 온열질환자 역시 증가하고 있고 건설현장을 비롯한 물류센터, 배달종사자들 등 근로자들이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폭염 속에 열사병으로 사망한 배수시설 작업현장, 건설현장 등 근로자들이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온열질환 중대재해에 엄정 조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눈에 보이지 않은 위험에 대해 너무 늦지 않은 대책이기를, 부디 너무 많은 피해자들이 나타나기 전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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