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서울 바이오연료 및 SAF 컨퍼런스]
EU, 2025년 SAF 혼합 의무화,
2050년 70% 확대
미, IRA에 SAF 포함, 갤런당 세액공제 제공
일, 2030년부터 SAF 10% 혼합 의무화
“대한민국, 바이오에탄올 규정·법령 만들고
공급망 구축 논의 필요”

[포시즌스 호텔] 박선영 기자 = 지난해 11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성공적으로 이행한다고 해도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할 가능성은 1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의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위한 행동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주한 미국대사관, 한국바이오연료포럼, 미국곡물협회가 공동 주최해 13일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탄소중립을 위한 서울 바이오연료 및 SAF 컨퍼런스’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체계 전환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 저감을 위한 바이오연료,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지속가능항공유) 등 수송 분야 에너지 기술을 살피고, 각국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2030년까지 수송 부문 온실가스 37.8% 줄여야
유영숙 한국바이오연료포럼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 세계 인구 80억 명이 1인당 연간 탄소 배출량을 2톤으로 제한해야 한다. 미국, 유럽, 중국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큰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 12위인 대한민국과 기업이 녹색 기술 개발을 통한 탄소 저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정책을 보면 NDC에서 수송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2018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72억7600만 톤 중 13.5%인 9억8100만 톤을 배출했다. 2030년까지 수송 부문 온실가스는 2018년 대비 37.8%를 감축해야 한다. 2035년 이후 운송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큰 폭으로 증가해 내연기관 차량 사용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SAF는 지구온난화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연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엄문호 GS 칼텍스 바이오실증팀 팀장은 발표에서 “항공 분야는 지속가능 연료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바이오 항공유 사용량은 2023년 6억 리터에서 2028년 52억 리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엄 팀장은 “한국은 석유소비 세계 8위, 수입 5위, 정제능력 5위 국가로 2022년 원유도입액의 60%를 수출로 회수했다”면서 “석유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11월 발표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글로벌 프레임워크 내용을 보면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국제 항공분야 탄소배출 5% 저감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2025년부터 항공 연료에 식물성 오일, 폐식용유 등으로 만든 SAF 2% 혼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2050년에는 70%까지 혼합 비율을 확대한다. 미국은 SAF 보급·확대를 위해 IRA에 SAF를 포함시켜 인센티브 형태로 갤런당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일본은 2030년부터 SAF 10% 혼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바이오연료 공급망 정비, 생산·이용촉진 정책 도입 필요”
우리나라는 2022년 10월 기존 바이오연료 혼합 비율 상향, 바이오 항공유 실증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7월30일 국무회의에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석유대체연료 종류는 원료 특성에 따라 바이오연료(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 재생합성연료(재생합성디젤, 재생합성항공유), 기타 석유대체연료로 구분된다. 친환경 원료가 아닌 물질로 제조한 바이오연료 공급을 금지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글로벌 바이오연료와 SAF 정책 동향 및 시장전망’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후안 사코토(Juan Sacoto) S&P Globa 수석이사는 현재는 SAF 사용 규모가 작지만 미국, 브라질, 유럽,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들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적극 나서고 있고, 농업이 발달한 국가라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후안 사코토 수석이사는 “바이오연료 정책에 있어 몇 년 새 큰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며 “탄소배출 저감 인센티브와 종자회사들이 주요 석유 메이저 기업, 항공사와 협업하며 공급망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급망이 더 정비돼야 하고 생산과 이용촉진 정책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훈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발표에서 “역대 정부는 에너지 정책에서 풍력, 태양광, 반도체를 강조했지만 바이오연료는 항상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탄소중립 2050을 달성하기 위해 바이오연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전 세계가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유산업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미국이 항공유 전체를 SAF로 교체한다면 큰 시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항공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미국 수출 비중이 38%를 차지한다. 미국이 수입하는 항공유 절반이 대한민국 항공유다.
현재 SAF는 전체 항공유 시장의 0.5%를 차지한다. 전 세계 120개 공항에 SAF가 공급되지만 인천공항에서는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 대한민국은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규정과 법령을 만들고 전 세계에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치바나 마사히로 참사관은 ‘일본의 바이오연료와 SAF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은 2005년 교토의정서 이후 수송부문 탄소 감축을 위해 매년 50만kL의 바이오에탄올 도입을 의무화한 개정안을 정부와 정유기업들의 합의하에 통과시키고 연료 다양화에 주력해 왔다. 초기 사탕수수를 포함한 브라질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탄소 저감 효과가 확인된 후부터는 미국산을 포함하게 됐다.

SAF 원료는 일본 주요 정유사들이 확보해 공급하고 있다. 수요가 꾸준히 늘어 2030년까지 19억2000만 리터가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형설비와 세재 혜택 등 SAF 생산기술에 대한 재정 지원에 나서고 있다.
타치바나 마사히로 참사관은 “SAF는 탄소중립 달성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며 폐식용류 사용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사탕수수와 옥수수로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도 폐지, 폐펄프 등 원료 다양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