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있는 매미의 재발견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김희민 학생기자 = 한여름을 알리는 대표적인 소리가 있다. 바로 매미가 '맴맴' 하고 우는 소리이다. 그런데 비가 자주 와서일까, 매미 소리가 예년과 다르게 잘 안 들리는 것 같아 집 앞 나무를 살펴보니 유충 상태의 매미들이 작은 나뭇잎에 매달려있다. 곧 등껍질을 벗겨내고 성충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며칠 뒤 매미들의 합창 소리에 잠을 깼다. 한 마리는 창문 방충망에 붙어 요란하게 울어댄다.
매미의 일생, 한 달을 위해 7년을 준비
매미의 일생은 보통 3~7년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날개를 단 매미의 모습으로는 한 달도 채 살지 못한다. 암컷 매미가 나무껍질 같은 곳에 알을 낳으면 애벌레(유충)로 부화한 후 먹이를 찾아 땅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3~7년 동안 나무뿌리 액을 빨아먹고 여러 차례 허물을 벗으며 성장해 나가다 높은 나무로 올라와 마지막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다. 그리고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소리 내 울다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약 한 달 동안 번식 활동을 마치고 죽는 것이다.
번식 활동은 매미에게 매우 중요하다. 매미의 대표적인 특징인 맴맴 소리는 바로 수컷 매미가 짝짓기를 하기 위해 내는 소리이다. 이 소리는 사람처럼 입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배 속의 발음기관을 통해 만들어낸다. 수컷 매미만 발음기관을 갖고 있는데, 큰 소리로 암컷을 근처까지 유인한 뒤 시각 신호를 통해 짝짓기하게 된다.
매미가 울기 위해서는 온도와 빛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맞아야 한다. 매미는 빛에 반응하는 주광성으로 낮에 울며 밤에는 울지 않는다. 또 주변의 기온에 따라 체온이 달라지는 변온 동물로 일정한 체온에 도달해야 소리를 낼 수 있다. 종마다 다르지만 보통 15~18.5도 이상이 되어야 하고, 온도가 높아지면 몸은 더 따뜻해지고 소리는 더 커진다. 이런 특성들로 인해 흐린 날보다 햇살이 강한 날, 밤보다는 낮에 매미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
옛 선인들이 발견한 매미의 다섯 가지 덕
7년이란 긴 세월을 거쳐 성충이 되었으나, 목청껏 울다 곧 죽는 매미의 일생이 덧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옛 선인들은 이런 매미를 특별하게 여겼다. 성충이 되기까지 오랜 기간 땅속에서 살며 여러 차례 탈피하는 매미의 삶을 탈속의 상징으로 신선으로 비유했고, 매미의 삶이 군자의 다섯 가지 덕을 갖춘 것으로 여겼다. 국가유산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매미를 가장 이상적으로 미화시킨 이로 진(晉)나라 육운(陸雲, 262~303)이 있다.
그의 「한선부(寒蟬賦)」 서문에서 매미가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 등 오덕(五德)을 갖추었다고 하였다. 매미는 관(冠)의 끈이 늘어진 형상이기에 글(문)을 읽어야 하고, 이슬을 먹기에 선비의 청(淸)과 렴(廉)을 지녔고 거처할 곳을 마련하지 않기에 검소(儉)하고, 때맞춰 죽음을 맞기에 신의(信)를 지녔다고 했다.
매미는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관심의 대상으로 선비들은 매미의 오덕인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조선시대 시문과 그림에는 매미가 자주 등장하였고 임금이 썼던 '익선관(翼蟬冠)'도 매미 날개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다. 익선관의 한자를 풀어보면 날개 익(翼), 매미 선(蟬), 갓 관(冠)인데, 정무를 볼 때 매미의 오덕을 항상 염두에 두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익선관이 궁금하다면 만원권 지폐를 꺼내 보자. 세종대왕이 쓰고 있는 모자가 바로 그 익선관이다. 모자 윗부분에 한 쌍의 매미 날개가 달린 형상이다.

현대사회, 매미 소리가 불편해지다
이렇듯 과거 선조들에게 매미는 상서로운 곤충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밤이 늦도록 크게 우는 매미 소리로 시민들의 민원이 증가했고, 2021년도에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매미 울음소리에 대한 소음 조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나치게 밝은 야간 조명의 영향으로 떼로 합창하거나 더 오래 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미 울음소리를 줄여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목 교체 등 서식 환경 변화, 녹지 공간 확충, 친환경 조명 등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올해 여름은 어떤 상황일지 궁금해 지역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여전히 매미 울음소리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매미의 특성을 견줘보면 매미로서는 아주 억울할 것 같다. 매미는 원래 빛이 없고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는 울지 않는다. 지구온난화와 도시화로 인해 열대야가 심해지고 야간에도 켜져 있는 밝은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매미는 밤에 쉬지 못하고 계속 목청 높여 울게 되었다. 또 도심 숲의 가로수는 주로 매미가 좋아하는 벚나무, 플라타너스다. 본의 아니게 주거지역에서 밤늦게 울며 밉상이 되어 가고 있다.
곤충은 모든 먹이그물의 중심
매미와 같은 곤충은 모든 먹이그물의 중심에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지난 5월 세계 철새의 날을 기념하여 캠페인을 하였는데 슬로건이 ‘곤충을 보호하자, 새를 보호하자(Protect insects, protect birds)’이었다.
UNEP의 발표에 따르면 유엔이 지정한 전 세계 철새의 약 14%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으며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곤충 개체군의 감소를 언급한다. 전 세계적으로 곤충의 개체수가 10년마다 약 9%씩 감소했다고 한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어쩌면 더 이상 여름철 매미 소리를 듣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매미와 공존할 수 있도록 도심의 서식지를 관리하고 연구, 교육 등을 통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작디작은 곤충 한 마리에도 관심을 두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함께했던 옛사람들의 태도에서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배운다.
한여름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지루한 무더위를 달래주고 때론 여유로움을 갖게 하는 친근한 매미 소리가 어느새 불청객 취급을 받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작은 곤충 한 마리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했던 옛 선조들을 본받아 인간과 매미가 공존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한다면 매년 여름‘맴맴’매미의 울음소리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