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 지나면 투수성능 상실, 지속성 검증 필요
[환경일보] 지하수는 어디에서 올까? 흔히들 지하수는 땅을 파면 나온다고 생각하겠지만, 본래부터 땅속에 물이 있던 것이 아니다. 비가 내리면 흙을 통해 땅속 깊이 파고들어 지하수층을 형성한다.
지하수가 없으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싱크홀이다. 표면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어도, 그 아래에는 흙이 있고, 지하수도 있다. 그런데 지하수가 사라지면 빈 곳이 생기고, 위에서부터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싱크홀이 생긴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도시를 감싼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그동안 건물과 도로 중심의 건설로 불투수성 포장면적이 늘면서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내리는 폭우를 견디지 못해 도로가 침수되고 산사태까지 발생했다.
2011년 광화문 침수, 2012년 우면산 산사태, 2022년 강남역 침수 등 대규모 도시재해가 반복되면서 도시방재가 강조되고 있지만, 단시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
도시화는 땅에서 흙을 걷어내고, 하천에서 물을 빼앗는다. 땅이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의 증가는 건천화와 강수기 도시홍수를 부른다. 서울시 법정하천의 건천화 비율은 약 30%로 전국 평균(11.8%)의 3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물순환을 왜곡시키는 아스팔트와 같은 불투수면을 줄이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침수를 예방하고, 증발산할 수 있도록 물순환 체계가 회복돼 자연스럽게 도시의 기후탄력성도 확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순환 왜곡을 바로잡는다’라는 것은, 불투수 면적을 줄여 땅의 힘을 되살리는 것이다.
대량의 비가 내려 물이 많을 때는 빨아들이고, 가뭄으로 부족할 때는 내보내 균형을 맞추는 ‘물 조절력’을 되찾는 것이다. 땅이 이런 ‘물 조절력’을 회복하면, 건천화와 도시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
이에 물 조절력을 회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투수블록이다. 투수블록은 비가 내릴 때 빗물이 고이는 것을 막고 흐름을 원활하게 해 도시홍수 위험을 감소시키고, 도시 지하수 고갈을 막아 물순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또한, 투수블록은 물에 젖어도 표면이 미끄럽지 않아 보행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
비가 오면 블록이 스펀지처럼 빗물을 흡수해 땅바닥으로 내려보낸다. 빗물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우수관로를 통해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아스팔트나 시멘트 바닥과는 달리 투수블록은 빗물을 투과시켜 땅속으로 환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투수블록이 친환경제품으로 지정된 이유이다.
문제는 시공 후 6개월만 지나면 블록에 오염물질이 묻으면서 투수성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차도와 보도에 KS인증(KS F 4419)을 받은 8개 업체의 투수블록을 사용해 도로를 포장하며 투수블록의 성능을 검증한 결과 시공 6개월 후 모든 투수블록들이 등급에 관계없이 투수 성능을 상실했다. 6개월짜리 시한부 친환경 제품이었던 셈이다.
이에 서울시는 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에 따라 투수성능 지속성 검증시험을 통과한 3등급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서울시 조례 역시 부족한 점이 있지만, 도시 물순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서울시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투수블록 도입에 대한 더 많은 연구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