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중이 결여된 동물학대 행위” 집행유예 2년

[환경일보]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한 아파트에서 동거 여성과 다투던 40대 남성 김 씨가 반려견이 대소변을 보며 짖자 9층 베란다에서 집어 던져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8월23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4단독 박민 판사는 “생명 존중이 결여된 동물학대 행위이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동종 범행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동물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지난 2023년 12월13일 노원구 하계동 A아파트 화단 위에 신음을 내며 쓰러져 있는 강아지가 지나가던 초등학생들에 의해 목격됐다.

학생들은 강아지가 살아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인근 지구대까지 찾아가 도움을 요청헸다.

강아지는 동물병원에 이송됐고, 그동안 사건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씨 측은 아파트 방송이 나간 뒤에 동물병원을 찾았다.

강아지에겐 비장 파열과 출혈성 쇼크 진단이 내려졌다. 병원 측은 ’수술을 하면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김씨 측에 설명했지만, 그들은 반려견을 데리고 병원을 나왔고, 강아지는 다음날 집에서 사망했다.

병원 측은 ’수술을 하면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김씨 측에 설명했지만, 그들은 반려견을 데리고 병원을 나왔고, 강아지는 다음날 집에서 사망했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병원 측은 ’수술을 하면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김씨 측에 설명했지만, 그들은 반려견을 데리고 병원을 나왔고, 강아지는 다음날 집에서 사망했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전진경)는 사건을 노원경찰서에 고발했다. 범행을 줄곧 부인해 오던 김 씨는 경찰 수사 결과 혐의를 인정했고, 검찰로부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카라 정책변화팀 윤성모 활동가는 “가족인 반려동물을 고층에서 던진다는 것은 아주 끔찍한 범죄다. 더욱이 김씨의 동거 여성에겐 또 다른 반려견이 살고 있어 추가 범행마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집행유예라는 선처를 한 재판부는 동물학대 예방에 완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물학대범이 다시는 동물을 키울 수 없도록 법적으로 제한하는 사육금지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카라는 정책변화 활동의 일환으로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 도입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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