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통화 위해 오는 9월부터 전국 205개 변전소 접속 제한
“화석발전소 조기폐쇄, 재생E 허가↑, 우선접속원칙 병행해야”
한전 “약 202조 한전부채 등 ‘전기요금 정상화 및 투자 먼저”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지역과 소비지역 간의 불일치로 인해 막대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에 전력 수요가 집중돼 계통은 이미 포화상태다. 지금까지 지방의 화력 발전과 원전 위주의 대규모 발전을 이용해 수도권의 수요처로 장거리 고압을 송전하는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해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호남 지역에 전체 태양광 설비의 39%가 접속되는 등 대부분 비수도권에 설치되면서 송전망 포화 상태가 심각하다.
급기야 산업부는 전국 205곳 변전소를 계통관리 변전소로 지정하고 전력 계통 접속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2031년 12월까지 호남, 제주 등에 신규 발전 허가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비상이 걸렸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충하겠다는 현 정부의 계획 역시 공허한 외침이 돼버렸다. 이쯤 되면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특히 제주 추자도 해상풍력과 같이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역시 큰 난관에 봉착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인허가 절차는 길고, 전기를 만들어도 전기를 보낼 송전망이 부족한 실정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신규 재생에너지를 확충할 수 없다면 탄소감축도 RE100 달성도 불가능하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역시 피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에 부합하는 전력망 포화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지난 14일 국회 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 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제주/호남 지역의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에 따른 재생에너지 보급 중단 문제에 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전력망 접속 차단에 따른 재생에너지 보급 중단 긴급토론회’을 개최했다.

해당 토론회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은 ▷전라/제주지역 계통포화와 VRE((variablerenewable energy) 보급 중단 위기 점검 및 중단기 해소방안 ▷제10차 송변전계획 미이행 문제점과 제11차 전력수급기획계획(2024년), 제11차 송변전 계획(2025년)의 방향 ▷전력망특별법 제정을 위한 과제 등이다.
IEA “한국 재생E 계통 연계수준 2단계 불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계통 연계수준은 전국 기준 2단계(제주도는 3단계)에 불과하다. 2단계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 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관측되기 시작하는 단계로, IEA는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출력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부 운영방식을 개선하면 변동성 재생에너지 용량을 쉽게 연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일 김성환 의원은 “전력당국이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계통수용성 확보에 충분히 노력해왔는지 냉정히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정부가 송배전망 포화 상태로 인해 호남‧제주를 포함한 전국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하고, 계통 안정화를 위해 오는 9월부터 해당 지역의 계통 접속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변전소 205개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 103개, 전북 61개, 강원‧경북 25개, 제주 16개 순이다.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되면 새로운 발전사업이 허가되지 않기 때문에, 변전소 지정이 많은 지역일수록 불가피하게 ‘강제 멈춤’이 될 수밖에 없다.
계통 안정성과 효율적인 전력망 운영 관리를 이유로 들지만, 실상 정부의 이러한 조치로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7년간 신규 발전 허가 중단에 따라 예비사업자들은 존폐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이러한 대책은 하향 조정까지 나섰던 2030년 신재생에너지보급 목표 21.6% 달성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전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10.1%로, 2030년 목표까지 도달하려면 11.5%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재생E 최다 호남지역, 발전 속도 억제 우려↑
이렇듯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이나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가장 많은 호남지역은 앞으로 7년간 발이 묶은 상황이 됐다.
김 의원은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를 위해 신규 발전물량의 전면적 접속차단과 같은 극단적 조치의 최대한 억제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ESS와 같은 유연성 자원 확대 또는 전력시장 제도개편 등을 통해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위해 함께 지혜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통 접속 중단 해소 및 안정화 제안’을 발제한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계통 혼잡 해소만을 목표로, 신규 재생에너지 불허하면 탄소감축 및 RE100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피력하며, 머스트런 하향, 화석발전소 조기폐쇄, 재생에너지 신규허가 지속, 우선접속원칙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계통에 대한 전압 안정도 측면에서의 특성은 태양광 및 풍력발전과 같이 컨버터연계발전(CIG)의 경우 해당 컨버터의 무효전력 공급능력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재생에너지 CIG 설비가 다시 투입되는 지역은 CIG의 무효전력 공급능력에 따라 전압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권필석 녹색전략연구소 소장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적인 특성과 지역 편중 시 집중된 지역에서의 적정하지 않은 전압세팅으로 무효전력 불균형으로 과전압 등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추후 많은 양의 유연송전설비가 요구될 수 있다”고 봤다.
약 202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부채(2023년) 등의 문제로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수적’이라는 한전에서는 전력산업 생태계 붕괴 방지 및 재생에너지 전력계통 연계를 위해 대규모 전력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명환 한전 계통계획실장은 “10차 설비계획에서는 9차 설비계획 대비 약 2배의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늘어날 전력망 규모와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요금 등 정부 지원과 국회의 특별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