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


현재 국내에는 2000개에 가까운 폐광산이 산재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로 인한 위해성을 인지해 본격적인 광해(鑛害) 방지사업에 나서기로 결정해 2006년 6월 ‘광해방지사업단’이 발족할 예정이다. 폐광산으로 인한 피해는 유용한 광물을 채취하고 남은 찌꺼기인 광미·폐석 등에서 나오는 중금속과 산성배수를 들 수 있는데, 대부분의 광산들이 하천의 상류 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이로 인한 환경위해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광산의 경우 비소와 같은 치명적 독성을 가진 원소가 무려 5000ppm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보다 앞서 이런 경험을 한 미국의 경우 정화사업 초기단계에서 광미(鑛尾)를 현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 매립하는 방법을 택했으나 이송비용 부담이 점차 커지자 이를 포기하고 현장에서 정화 처리하는 것으로 전환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부로 반출해 이송하는 것을 금지하고 현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광미가 폐광산에 있을 경우 적용되는 법률은 토양환경보전법이다. 그러나 이 광미를 땅에서 떠서 광산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이는 폐기물(용출시험 결과에 따라 지정 폐기물로 지정되며 대부분은 여기에 속한다)이 돼 폐기물관련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만약 이 광미가 국립공원 구역 내에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때는 자연공원관련법이 적용되며 현재 환경부의 유권해석으로는 국립공원 구역 내에는 있어서 안 된다는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오염토양을 현지 처리하도록 한 법과는 상치되는 결정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가장 많이 적용되는 광미처리방법(미봉책이며 방법으로 불리기도 어색하지만)인 광미 유출 방지댐 등을 이용한 현장 매립을 금지하기 위한 배경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반출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현장처리를 하더라도 근원적인 정화처리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만약 단순히 외부로 이송하는 방법을 택할 경우 지정폐기물의 반출과 반입은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방안이며 결국 현장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광미는 그 양이 적게는 수천 톤에서 수십만 톤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이를 한 매립장으로 옮기는 방안은 제고돼야 한다.
Out of site, out of sight, 즉 눈에 보이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현장에서 치워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은 문제를 다른 장소로 옮겼을 뿐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보통 광미는 현장에 20∼30년 이상 적치된 경우가 많으며, 이때 광미의 외부는 물과 공기와의 접촉과 풍화과정을 거치면서 초기에 비해 중금속과 산성배수 방출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를 다시 건드려 광미야적장 내부의 풍화받지 않은 부분이 공기와 물에 노출될 경우 중금속의 용출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연구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광미의 정화처리방법을 무엇으로 할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광미는 처리하고자 하는 방법과 야적 위치에 따라 관련 부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로 처리과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미국의 경우 관련법을 통합한 이른바 ‘슈퍼펀드(Super fund)’법을 통해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광해방지사업단의 발족과 관련해 법률의 실행으로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광해방지 사업의 추진과정을 통해 계속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광해는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이용해온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자연이 수십~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낸 금속 및 화석연료를 일시에 사용한 것에서 비롯된 불균형의 해소방법이다.
그간 각종 토양오염 사고는 주로 유류의 유출로 인한 것들이었고 상대적으로 가시성이 적은 중금속오염은 소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중금속은 독성이 지속적이며 오랜 기간 인간이나 다른 생체에 축적되면서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단 독성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영향은 치명적이다. 정부는 단순히 현지 매립이나 지정폐기물 매립장으로의 이송 같은 소극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안정화·고형화를 통한 무해화 및 복토재 재활용 등의 적극적인 처리 및 재활용 방안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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