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실장

류시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실장
류시현 낙동강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실장

[환경일보]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례적인 기상이변을 겪고 있다. 2020년 호주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한 대형 산불로 약 18만6000㎢호주 전체 숲의 약 14%, 한반도 면적의 85%)의 숲이 소실됐으며, 야생동물 5억 마리가 불에 타 죽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기간 산불로 호주의 연간 예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3에 달하는 3억5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법·제도·전략을 수립해 이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2021년 9월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고, 2023년 4월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발표해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국가전략을 제시했다. 이러한 국가전략에서는 장기적·지속적으로 자연의 탄소흡수원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문제로 제시하고 있다.

자연의 탄소흡수원은 광합성 등을 통해 자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장소(공간) 또는 생물로, ‘산림’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런데 2008년부터 우리나라 산림의 연간 이산화탄소 순흡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현재 탄소 흡수량의 약 30%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산림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탄소흡수원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우포늪에서 발견된 대표적인 돌말류 /사진제공=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우포늪에서 발견된 대표적인 돌말류 /사진제공=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우포늪 돌말류 탄소저장량 기여도 국내 최초 확인
광합성으로 탄소 흡수하는 미세조류 식물플랑크톤

자연의 탄소흡수원으로서 중요한 것은 흡수한 탄소를 오랜 세월 동안 반영구적으로 저장하고 격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플랑크톤이라 불리는 미세조류는 물에 살면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생물이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체내에 저장하고, 퇴적층에 퇴적되면서 탄소를 장기간 저장 및 격리하게 된다. 산림의 경우 오래될수록 광합성 능력이 떨어져 탄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저하되지만, 미세조류는 짧은 주기(약 3일)로 계속 세대교번(이분열)을 하므로, 광합성 능력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식생 갯벌에서의 블루카본 연구를 통해 갯벌 표면의 저서성 돌말류(미세조류의 일종)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돌말류는 전 세계에 서식하는 모든 광합성 식물 중 0.5% 미만의 중량을 차지하지만, 이들에 의해 제거되는 탄소의 추정량은 매년 전 세계에 방출되는 온실가스의 약 2.4%에 해당할 정도로 탁월한 탄소 제거 능력을 지닌 생물종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탄소 고정 능력이 다른 육상식물에 비해 약 10배에서 최대 50배까지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담수 내륙습지이자 최대 자연늪인 우포늪을 대상으로 탄소흡수원의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 퇴적토의 탄소 저장량 규명, 퇴적토에 저장된 탄소에 미치는 담수 미세조류의 기여도 규명, 우포늪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 및 저장량 규명, 우포늪에 분포하는 미세조류의 퇴적 매커니즘 규명 연구를 2023년도부터 수행하고 있다.

2023년도에는 우포늪의 퇴적층에 저장 및 격리돼 있는 탄소 분석을 통해 약 8미터 아래에서 저장돼 있는 탄소의 실체를 확인함으로써 약 1만년 이상 탄소가 저장돼 왔다는 것을 밝혀냈다.

추가로 탄소 저장이 확인된 퇴적층에서 64종의 돌말류가 발견됐으며, 필수아미노산 안정동위원소의 분석 결과 우포늪 퇴적층의 탄소 저장량에 돌말류가 미치는 영향이 96%~68.3%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우포늪의 탄소 저장량 및 돌말류의 기여도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으며, 현재는 우포늪에서 연간 흡수·저장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향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탄소흡수원으로서 담수 내륙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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