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30년 목표를 순 배출량으로 설정한 정부, 헌법 어긋나”
오는 2025년, NDC 40% 감축 목표치보다 높게 유엔 제출 필요
“한국, 전 세계 평균 감축률보다 8%p 이상 뒤처져 있다” 지적
“2018년 대비 2035년 온실가스 감축률 66.7%로 끌어올려야”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최근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8월29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상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는 것에 대해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냈다. 이와 더불어 헌법재판관 9인 중 5인은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에 대해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2018년 기준 배출량은 ‘총 배출량’으로, 2030년 목표는 ‘순 배출량’으로 설정했던 정부의 기존 관행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만약 국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총 배출량’ 기준으로 할 경우 감축 목표는 40%가 아닌 29.6%로 줄어들게 된다.
즉 헌재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는 “과학적으로 추정되는 전 지구적인 탄소예산 그리고 과학적 연구결과에 기초한 국제적 합의를 통해 형성된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경로에 관한 공동의 인식을 전제로 해,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의 노력에 기여하는 몫을 감축목표로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한민국의 감축목표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해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국회를 포함해 우리 사회는 다가올 2035년 NDC 수립에 있어 더욱 높은 목표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숙제를 받아든 것이다. ‘NDC’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야별로 당사국이 취할 노력을 스스로 결정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의미한다.
2025년 NDC 갱신 다가와··· “2019년 대비 60% 감축 필요”
파리협정 4.3에 따라 세계 195개 유엔 기후변화총회 당사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가 상황에 맞춰 수립하고 이를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2025년은 2035년 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해이며, 기존 목표 후퇴 금지 방침에 따라 2018년 대비 40% 감축에서 목표치를 진전 수립해야 한다.
그럼 과연 새로이 세워질 감축계획은 어떤 수준이어야 할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지구 전체에서 2019년 대비 60% 감축이 필요하다고 하다고 밝혔다.
나라마다 배분하면 우리의 몫은 조금 적어질 수 있을까? 이와는 반대다. ‘공정한 배분 원칙’을 적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35년 감축목표는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66.7% 수준으로 설정돼야 한다. 파리협정에 담겨있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과 각국의 역량’ 원칙은 대한민국에서 전지구적 감축보다도 한층 높은 수준의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해외 목표 수립 사례를 검토하고 우리나라 목표 수립 방향과 공정배분 원칙을 고려한 목표 설정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김성환‧박지혜‧한정애‧김소희‧서왕진 의원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2035 NDC 수립 방향’ 국회 토론회를 개최해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한정애 전 환경부 장관은 “이번 2035 NDC 수립은 향후 우리의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탈석탄과 탈플라스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겨야 하며, 또한 2050년까지의 감축 목표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단기적 경제성장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탈탄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이 담겨야 하며, 나아가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우리나라가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하는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고 전하며 “정부가 주춤한다면 국회가 목표를 제시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IPCC ‘6차 보고서’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지구적 탄소예감과 감축경로를 제시했으며, 2023년 COP28은 당사국에 차기 2035 NDC에서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감축목표를 설정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했다.
2023년 전 세계 이행점검 결과, 2030년 감축률 ‘2%’ 불과
파리협정 체결 이후 최초로 진행된 2023년 전지구적 이행점검 결과, 전 세계의 현행 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2019년 대비 2030년 감축률은 2% 불과하며, 2030년 이후 전지구적 탄소예산은 2년 치 수준만 남게 된다.
아울러 UNFCCC(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와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은 형평성과 ‘공동의 그러나 차이가 있는 책임과 각자의 역량(CBDR/RC)'을 반영해, 진전을 나타내고 가능한 가장 높은 의욕을 반영한 차기 2035 NDC를 수립할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2030년 감축목표와 기존에 활용된 선형감축경로를 가정적으로 적용한 2035년 감축목표는 1.5도 전지구적 감축경로의 전세계 평균 감축률에 비해 8%p 이상 뒤처져 있으며,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해외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공정배분 원칙과 방식을 적용해 자국의 감축목표/탄소예산을 설정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 헌법재판소는 독일의 감축목표가 2031년 이후 감축목표를 정하지 않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독일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정부는 2030년 목표 역시 1990년 대비 55%에서 65%로 상향하고, 2040년 목표를 88%로 신설하며 탄소중립 연도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긴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국회는 이를 법제화한 바 있다.
“온실가스 감축, 실효적으로 담보돼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시원 교수는 “이제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사법심사 기준은 명확해졌다”며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합치하려면 전 지구적인 감축 노력의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해야 하고,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아야 하며, 온실가스 감축이 실효적으로 담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최창민 플랜 1.5 변호사는 “IPCC 1.5도 전지구적 감축경로에 대해 상기한 형평성 원칙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가중평균’ 공정배분 방식을 적용한 결과, 2018년 총배출량 대비 대한민국의 2035년 감축률은 66.7%로 산출됐다며, 이는 전지구적 감축경로의 전 세계 평균 감축률보다 소폭(3%p) 높은 수준으로 파리협정의 NDC 수립 원칙인 CBDR/RC 원칙에 부합한다고 봤다.

2050 탄소중립은 이미 상당히 강력한 목표로 감축경로 자유도가 상당히 제한적인 반면, 최적 감축경로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카이스트 엄지용 교수는 “2030~2050년 감축경로 정교화와 합의로 인한 사회적 편익을 이에 따른 기회비용과 비교해야 한다”며 ‘실현가능한’ 공정배분 원칙 적용을 위해 “전지구적 공정배분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는 실현가능성 경계조건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상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환경과 과장은 한국의 NDC는 전환‧산업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이며, 민간 영역이 많은 산업 부문 감축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공급망 ▷경제안보 ▷탄소중립 ▷산업경쟁력 등을 고려해야 하며, 아울러 정책‧제도‧예산 지원과 연계 등 산업계의 적극성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기후전략과 김진식 과장은 향후 계획으로 “감축수단 검토 및 감축 잠재량 분석,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자 및 시민단체 등과 소통을 활성화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라며 “탄녹위 심의‧의결을 통해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