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부담 적은 농어촌이나 비수도권으로 ‘산업폐기물’ 밀려들어
청주시 북이면 산업폐기물 소각장 들어서고 ‘60명’ 암으로 사망
“산업폐기물처리 공공성‧안전성‧책임성 확보 위해 법률개정 필요”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전국 곳곳에서 산업폐기물로 인한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처리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면서 그 이윤을 노리고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 여러 업체가 무분별하게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간 가정 등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은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확립돼 있지만, 산업폐기물엔 적용되지 않아 왔다. 그렇기에 전국 어디서든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나 소각장 등을 인허가만 받으면 전국의 산업폐기물을 반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반 비용부담이 적은 농어촌이나 비수도권으로 산업폐기물이 밀려들고 있다.
놀랍게도 이전에 대란을 몰고 왔던 것은 생활폐기물로 전체 폐기물 중에서 약 12.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폐기물 중 90%는 건설폐기물, 사업장폐기물, 지정폐기물, 의료폐기물 등의 산업폐기물이다.
특히 산업폐기물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폐기물과 달리 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피해도 오래 지속되는 만큼, 각별한 취급과 처리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다양한 산업폐기물(건설폐기물, 사업장폐기물, 지정폐기물, 의료폐기물 등)의 처리 및 관리를 위해 ‘폐기물관리법, ’폐기물시설촉진법‘ 등의 관계법령을 제정하고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다양한 현상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한계로 개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행 법제는 폐기물의 처리 책임주체를 나누기 위해 배출원을 중심으로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로 구분하고 있으나, 생활폐기물과 달리 산업폐기물은 그 배출원에 대한 발생지 책임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명확하지 않은 폐기물사업자 인허가 기준 악용, 상대적으로 인허가가 쉬운 농촌지역이나 비수도권으로 산업폐기물 집중 현상 등의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부실한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환경뿐만이 아니다. 유해물질과 분진, 악취를 배출하는 소각시설은 지역주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 청주시 북이면은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서고 10년 동안 60명이 암으로 사망해 주민 1523명이 주민건강 영향조사를 청원한 바 있다. 국가가 최종 책임을 지는 생활폐기물과 달리 관리와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한 산업폐기물 처리 제도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산업폐기물 부실한 사후관리, 처리업체들만 ‘이익’
피해보는 지역주민들의 고통은 점점 커져가는 가운데,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대책을 세금으로 책임지고 있다.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오직 처리업체들만이 이익을 보고 있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대표적인 민간부문의 실패사례로, 시민들의 쾌적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산업폐기물 처리과정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과 제도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달 29일 국회도서관에서는 환경운동연합, 공익법률센터 농본, 박홍배 의원은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책임성 확보를 위한 법개정 방안 토론회’를 열어 안전하고 합리적인 산업폐기물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박홍배 의원은 “산업폐기물 처리 업체는 인허가만 받으면 전국에서 폐기물을 받을 수 있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부실한 제도로 인해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고 주민은 신체적‧재산적 피해를 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생활폐기물은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그 관할구역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 처리를 책임지는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확립돼 왔다. 하지만 산업폐기물은 그런 원칙이 없다.
오히려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하려고 하면 ‘위법’이 되는 상황이다. 현재의 폐기물관리법이 산업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해서는 영업구역 제한을 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국 어느 곳에서든 산업폐기물 매립장, 소각장, 재활용시설을 인허가받으면 전국의 산업폐기물을 전부 반입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농촌 지역이나 비수도권 지역으로 산업폐기물이 밀려들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폐기물의 경우에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양이 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의 절반을 훨씬 넘는데, 14개의 소각장 중에서 11개가 비수도권에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수도권에 있는 3개 소각장도 용인시, 연천군의 농촌지역에 소재하고 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산업폐기물처리의 공공성‧안전성‧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법률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폐기물처리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법률은 폐기물관리법이므로 이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성 확보 주체만 산업폐기물매립장‧소각시설 설치해야”
그러면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주민감시‧주민지원 등을 다루는 법률이 폐촉법(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므로 폐촉법의 개정도 필요하다며, 최소한의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는 주체만 신규 산업폐기물매립장과 소각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환경에 예민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소규모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법상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토막치기와 같이 규모 제한을 회피하려는 사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사업계획이 마무리되는 평가서 초안 단계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 이뤄지기에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더라도 본질적인 계획의 변경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신지형 변호사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대상 지역 내의 주민뿐만 아니라 그 대상을 확대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피해의 관계를 특정 지역 내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환경피해의 영향권을 더욱 넓혀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일본의 경우 스코핑 단계와 준비 단계에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데 이때 의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고 전했다.
“폐기물을 소각하고 매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고 강조한 유민채 청주시 북이면 추학1리 전 이장은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보다 기업 차원의 쓰레기 저감 제도가 꼭 필요하다”며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강력하게 법으로 제정한다면 대한민국에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장을 수십 개는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산지관리법 제39조, 동법 시행령 제47조에서는 사업자가 새로운 산지전용허가 등을 받은 경우에 그 목적사업을 위해 형질을 변경한 산지를 복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복구 의무를 면제받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특혜 규정으로 인해 폐석산의 사업자가 폐기물 매립장 건설을 위해 산지전용허가를 받은 경우에 복구 의무가 면제되게 된다.
따라서 박소영 변호사는 “폐석산 사업자의 복구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폐석산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위한 산지전용허가의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례로, 지형적 특성과 하천 및 지하수와의 거리 등을 더욱 엄격히 고려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 봤다.
‘산업폐기물 소각‧매립시설 공공성‧책임성 논란에 대한 입장’에 대해 장기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전무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경우’가 있으나 정부가 준비 중인 매립시설의 효율적 활용 방안이 만들어지면 해소된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성과 책임성을 거론하려면 소각‧매립업보다는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오염물질을 과다 배출하는 타 굴뚝 산업과 방치폐기물 발생 사업장들부터 지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