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앵무새처럼 ‘공기 중 녹조 없다’ 되풀이
[환경일보] 지난 10월3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 낙동강·금강 녹조 발생 지역 공기 중에서 녹조 독소가 불검출됐다고 밝혔다. 2022, 2023년에 이어 같은 결과였다고 한다.
또한 10월8일 환경부는 ‘공기 중 조류독소는 검출된 바 없음’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발표된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의 사람 콧속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러나 창원대 김태형 교수팀과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은 2022년과 2023년 낙동강 인근 지역에서 에어로졸(액체 미립질)화한 녹조(유해 남세균) 독소를 검출했다. 심지어 1~3.7㎞ 떨어진 아파트 실내에서 검출되기도 했다.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은 국제적 연구 추세와 일맥상통한다.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 관련 연구 결과가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고, 대표적인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과 에어로졸에 관한 구글 스칼라 게재 연구 논문만 5천여 편에 이른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분석이다.
환경단체들은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부에 공동 조사를 요청했다. 자체적인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면, 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해 신뢰성을 담보하겠다는 심산이었지만,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요청을 배제하고 자기들만의 방법과 용역으로 녹조 위험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환경부가 공기 중 녹조 독소 측정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안 하는 건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은 올해도 낙동강 주요 지점 원수의 녹조 독소 모니터링과 공기 중 녹조 독소 조사를 진행했고, 공기 중 녹조 독소의 인체 영향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들에게 관련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
일부 확인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강 조사결과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인체의 비인두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 조사는 공기 중으로 확산한 녹조 독소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책임자인 계명대 동산병원 김동은 교수는 “에어로졸 형태의 남세균이나 독소가 호흡을 통해 코로 들어올 경우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마이애미 의대 한 전문가는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 파킨슨병 같은 질환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녹조 에어로졸을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연구에서는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에어로졸에서 더 많은 남세균 독소가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환경부는 지난 3년간의 조사결과 공기 중 조류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녹조 독소의 영향에 대한 환경단체의 공동 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국민과 자연의 건강은 이념의 대상이 아니다. 과거 정부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다고 해서 과거 무지한 주장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4대강 사업 이후 우리 사회는 ‘녹조라떼’라는 비아냥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