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삶보다 언플에만 관심 있는 국회의원들
[환경일보] “아직 쿠팡 노동 사망자 유족들을 찾아가 사과하지 않았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는 지난 5월 남양주2캠프에서 퀵플렉서(배송기사)로 일하던 고 정슬기씨가 산업재해로 인정된 이후까지도 쿠팡 근로 사망자들과 유족들을 찾아가 사과를 하지 않았다.
또 홍 대표는 쿠팡 노동 사망자들에 대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하지만, 돌아가신 부분에 대해 애도하지만 전부 과로사는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과 노동이라는 전혀 다른 2가지 분야를 한꺼번에 맡는 위원회다. 그렇다고 국토위처럼 인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노동과 환경이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상임위를 배정받을 때 가장 선호하는 위원회는 국토위처럼 콩고물이 많거나 이권이 많이 얽혀있어 생색내기 좋은 곳이다.
반대로 환경과 노동은 떨어지는 콩고물도 없고 관심도 역시 상대적으로 적다. 월급을 못 받아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난개발로 멸종될 위기에 처한 도롱뇽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전 국민이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쿠팡은 잇따른 노동자 사망으로 작년 이어 올해도 산재 보험료 할증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기업이다.
올해는 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해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 산업부의 엉터리 인증, 군납 배터리 비리 조작 의혹 등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정작 아리셀 대표는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현재 아리셀 대표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지만, 피해자 유족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처참한 상황에서 국회 환노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뉴진스라는 아이돌 멤버 중 하나를 국정감사의 참고인으로 불렀다고 자랑스럽게 SNS엘 올렸다.
같은 하이브 계열이지만 다른 기획사의 아이돌 매니저가 ‘무시해’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돌의 인권 침해에 대해 친히 파헤쳐보시겠단다.
민희진 전 대표 측과 하이브 쪽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맞서는 상태라 누구 편을 들기는 어렵지만, 결국 쟁점은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라는 회사를 탈취하려는 시도가 있었는가, 하이브가 억지 트집을 잡아 민희진 전 대표를 끌어내리려 했는가이며, 결국 법정에서 결론이 나올 것 같다.
다만 이 상황에서 뉴진스의 한 멤버가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지 의문이 든다. 삼성전자 전무가, 삼성바이오 대리한테 ‘저 사람 무시해’라는 말을 들으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는가?
어린아이들이라 상처를 입었다고? 뉴진스는 어도어를 먹여 살리는 알파이자 오메가다. 연간 수십억을 쉽게 버는 그들은 어도어에서 모두가 받들어 모시는 공주 같은 존재다. 뉴진스가 기분 나빠서 은퇴하면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어도어는 문을 닫아야 한다.
‘무시해’라는 말을 한 상대를 특정하지도 못하고, 시간이 언제인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며, 한국말이 서투른 외국인 아이돌은 연간 수십억원을 버는 개인 사업자다.
그런 아이돌의 말 한마디에 직장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20대 한국인 매니저야말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가 아닐까? 국회 환노위는 자기들이 누구에게 녹을 받아먹는지도 모르고 있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