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에 명시된 폐석면과 관련된 지정폐기물의 종류를 살펴보면 ‘슬레이트 등 고형화돼 있고 비산될 우려가 없는 것은 일반폐기물로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법 제정 당시 석면이 비산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석면은 고온용융하지 않는 한 수천 년이 지나도 변형이 없는 불멸의 천연광물질이다. 이 위험천만한 폐석면에 대해 “1% 이상 석면이 함유된 물질은 성상과 관계없이 지정폐기물로 엄격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하루속히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단법인 한국석면환경협회 구기영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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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이 환경·보건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요즘 구 총장은 노동부가 주관한 ‘석면 대책 TF위원회’ 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듯했다. 석면 포함 건축자제는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 총장은 “석면은 대표적으로 슬레이트, 천장마감재(텍스), 바닥에 사용한 비닐, 아스타일, 칸막이용 발라이트, 인테리어, 석고시멘트판, 단열재 미장 등이 있다”고 소개하고 “1997년 국회에 보고된 무역통계자료에 의하면 백석면의 총수입량은 현재 200만 톤이 넘으며, 비공식으로는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석면이 얼마나 많이 우리 생활에 사용되는지를 강조했다.

구 총장은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석면수입을 전면 금지한 상태이고 일본·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대체가 어려운 부분에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석면정책으로 말을 이었다. 또 “우리나라는 현재까지도 노동부 장관의 허가유해물질로 함량규제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너무 늦은 건 사실이지만 노동부의 석면 관련 TF위원회를 열어 문제점을 조사하고 있다”며 “선진국 수준의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앞으로 발생할 석면 피해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예를 따라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늑장 정책을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석면정책의 현주소를 묻자 그는 “석면을 생활속에서 장기간 가깝게 접했기 때문에 석면이 얼마나 무서운 유해물질인지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 석면은 폭로된 후 짧게는 8년, 길게는 40년의 잠복기간을 거친 후 악성 종피종·폐암·폐기종·석면폐 등을 일으키는 무서운 물질이다”라고 지적하고 “일반 시민들도 석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건설현장의 근로자는 안전보건 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동자의 안전보건법상 석면에 대한 산업보건기준의 세부사항을 조속히 선진국 수준으로 개정·확대해야 하고 환경부의 석면 관련 폐기물관리법시행령 및 규칙의 제·개정이 선진국 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며 다시 한 번 석면의 위해성·교육·법 개정을 강조했다.

구 총장은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지적했다. 그는 “폐석면은 성상과 관계없이 견고한 폴리에틸렌 이중 백에 밀봉 또는 폴리에틸렌 시트로 이중 포장해 ‘발암물질 폐석면’ 표시를 한 후 영구 관리하도록 한 뒤 ‘지정폐기물관리형 매립장’에 반입해 영구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에도 폐석면을 중간 처리해 고형화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며 하루속히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총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폐기물관리법은 일본에서 산업특성상 가장 낙후된 지역인 오사카현에서 35년 전에 제정했다가 현재 사장된 법령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구 총장은 마지막으로 “고형화돼 있는 석면을 폐석면에서 제외한 일관성 없는 법령이 되레 폐석면이 불법 처리되도록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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