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스템, 예산 부족, 납품 비리 등 총체적 난국

[환경일보] 지난해 측정 기준 서울 지하철 1~8호선 지하역사 250곳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은 1호선 종각역(1㎥당 152.1㎍)이었고, 이를 비롯해 상위 10곳 중 7곳이 종로5가, 신설동, 시청, 동묘앞, 동대문역 등 1호선 지하철역이었다.

종각역의 경우는 200㎍을 넘는 날이 흔할 만큼 서울 지하철역 중 공기 오염도가 가장 심각했다. 참고로 실내공기질관리법이 규정하는 지하역사 초미세먼지 기준치는 1㎥당 50㎍다.

1974년 운행을 시작한 1호선은 설비 자체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지하철 대부분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정화하기 위해 4단계의 필터로 구성된 공기 여과 장치가 설치됐지만, 종각역을 비롯해 지하철 1호선 지하역사에는 이런 필터 시스템이 없다.

환기설비가 낡았는데 이를 개량할 예산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3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동안 서울 지하철 250개 지하역사 중 하루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최대치가 법정 기준치(50㎍/㎥)를 넘는 역사가 237곳(94.8%)에 달했다. 연평균 1년 내내 기준치를 초과한 역도 29곳이었다.

정부와 서울시가 지하철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 이는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사업에 성과를 낸 나머지 지방 지하철(부산, 대구, 인천, 대전 등)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서울 지하철 지하역사 환기설비의 76.8%(192곳)이 법정 내구연한(20년)을 넘겼는데, 지방 지하철들은 인천 0%, 대구 16.3%, 대전 18.1%, 부산 24.2% 수준이었다.

환기설비를 개량하면 즉시 초미세먼지 저감 현상이 뚜렷했다. 최근 노후 환기설비가 교체된 쌍문역의 경우 개량 전후 187㎍/㎥에서 45.5㎍/㎥로, 미아역은 196㎍/㎥에서 58.3㎍/㎥로 개선됐다(월평균). 이촌역, 일원역 등 2022년~2023년에 걸쳐 환기설비 개량이 완료된 나머지 역사도 모두 같은 효과를 봤다.

반면 관련 정부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는 노후 환기설비 교체를 위해 2020년엔 177억8800만원을 편성했지만, 올해는 66억400만원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환기설비 개선사업은 국비와 시비, 각 교통공사의 예산을 합해 추진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낡은 지하철역의 공기 정화 설비를 현재 기준에 맞춰 교체하려면 지하철역 한곳당 수백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기 여과 필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만들려면 역사 전체를 리모델링 해야 하고 여기 필요한 금액이 300~400억원이라는 것이다.

환기실을 넓히는 공사만 하더라도 지하철역 한 곳당 5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울 지하철 지하역사 250곳 전체 가운데 공사가 완료된 곳은 14곳에 불과하다.

환기설비 교체 공사를 둘러싼 납품 비리 문제도 심각하다. 2021년 당시 서울교통공사 기계처장 등 임직원 2명이 우수한 필터를 설계에서 고의로 제외하고 임의로 타 업체 필터를 채택해 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설상가상으로 줄어든 예산마저 비리로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지자체 협조 부족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도대체 이 많은 지하역사의 공기질을 언제 다 개선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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