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서울경기 지역에 위치한 15개 두레생협이 90년대에 설립된 이래 직거래 운동, 우리농촌 살리기, 친환경농산물의 생산 확대, 학교급식 조례제정 운동 등 지역생명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00년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친환경육성법, 생산이력제 확산 등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며 생활재의 사회적 시스템을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오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품질인증제의 시행에 의해 야기되고 있는 무비판적 제도권 내로의 편입,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인증 심벌에만 기대하는 구조, 이에 따른 생산과 소비 관계의 단절, 제도적 인증의 남발과 허위 등의 많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두레생협 생산자회에서는 주잡곡위원회, 청과위원회, 가공식품위원회 생산자회의가 열렸다. 생산량·공급량·가격·품질 등의 논의만이 아니라 생산이력제·자주인증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해 나가기 위한 결의도 있었다.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간 함께하는 활동에 대해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생산이력제와 자주인증제를 통해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의 허위표기, 가공식품 등의 사양 위반 등으로 우리 생산물의 신뢰성이 하락했다. 수입개방 및 친환경농산물의 과잉 생산으로 생산자간 생산물의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두레생협연합회와 두레생협 생산자회는 생산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산이력제는 먼저 생산자 혹은 생산자 단체가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에 대해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를 스스로 밝히는 제1자 감사에서 시작한다. 생산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생산물의 표시의 입증성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적극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생산자는 두레생협과 약정을 한 후 생산물재배계획서·재배포장 일람을 작성해 제출한다. 수확이 이뤄지고 출하될 때 영농일지·자재관리 등 매일매일 생산과정에 대해 작성한 서류를 제출한다. 이를 생산이력 전산시스템에 입력해 소비자 조합원이 언제든지 확인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두레생협연합회의 생산이력제는 생산자가 명확하고 그 생산자들로부터 산지 직거래로 공급하기 때문에 생산에서 소비까지 간단명료하다. 따라서 다양한 생산물을 공급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생산과정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다. 주잡곡·과일·채소·수산물·축산물(한우·돼지·닭)·가공식품 등 생산과정과 특성이 다른 생산물을 구분해 전체 생활재를 보여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생산자 스스로 밝히는 제1자 감사로서 생산이력제가 여기서 그친다면 단순히 생산물을 생산해서 판매하기 위한 일반 생산물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두레생협연합회와 두레생협 생산자회가 만들어 나가는 생산이력제에는 두레생협만이 갖는 또 다른 장점과 특징이 있다. 바로 그 생산물을 소비하는 조합원에 의한 감사, 즉 제2자 감사가 있다는 것이다. 두레생협의 생활재는 생산자와 조합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관계에서 생산 소비되는 물품이기 때문에 생산자 스스로에 의한 제1자 감사와 더불어 그 생산물의 소비 주체인 소비자 조합원에 의한 제2자 감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 두 가지 감사를 ‘자주감사’, 이 두 가지 감사를 통해 얻게 되는 생활재에 대한 우리 나름의 인증을 ‘자주인증’이라 부르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원이 자주인증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정한 자주인증 기준에 따라 소비자 조합원인 ‘자주관리사’ 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생활재별 생산 과정을 확인한다. 이를 생산이력제에 함께 드러나게 하는 것이 생산이력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자주인증제는 제1자 감사, 제2자 감사의 실제 주체의 행위라 할 수 있고, 생산이력제는 이를 드러나게 하는 전산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두레생협연합회에서는 소비자 조합원을 대신해 두레생협의 실무자들이 제2자 감사를 진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제2자 감사가 소비자 조합원이 주체가 돼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원의 직접적 대면관계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생활재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시장경제 속에서 이름만 통하는 차별화를 위한 상징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직거래 생산자와 직접적 대화하고 좋은 의미에서의 긴장관계를 육성시켜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생활재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얼마 전에 원주생협 생산자들이 전환기유기농쌀을 직접 싣고 제주유기농영농조합의 생산자들에게 가져다주고, 반대로 유기농 감귤을 싣고 올라왔다. ‘두레 생명나눔 네트워크’의 시작이다. 이제는 생산자간에도 생산물의 나눔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쌀 소비가 많이 위축되고 있는 요즘 어려움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생산자들 간에 관계맺음의 또 다른 시도라 할 수 있다.
생산자들 사이에 생산물 나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들이 직접 방문해 교류하고 서로의 관계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함께하는 생산, 나누는 기쁨으로 생산자들 간의 교류를 더욱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앞서 인증의 남발,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인증 심벌에만 기대하는 구조, 이에 따른 생산과 소비 관계의 단절 등 많은 폐해가 있음을 얘기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두레생협연합회, 두레생협 생산자회가 나름대로의 생활재를 만들어 나가는 정책,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정책이 수입개방으로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신뢰성이 하락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생산물, 사람을 지켜나가는 또 다른 대안운동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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