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환경일보DB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환경일보DB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장효진 학생기자 =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거리 곳곳에서 캐럴이 들려오고, 반짝이는 조명과 장식들로 꾸며진 트리를 볼 수 있다.

이맘때쯤 자주 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짙은 초록색 잎이 빽빽하게 있는 원뿔 모양의 나무이다. 이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나무의 고향이 우리나라다. 한반도의 고유종이 어쩌다 크리스마스의 대표 나무가 되었는지, 현재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자.

유럽의 눈 덮인 숲속 마을에서 보일 것만 같은 크리스마스트리의 실제 모형은 놀랍게도 제주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우리나라 남부지방 아고산대에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이며, 그중 67%가 제주도에 분포한다.

구상나무는 영어로 ‘Korean fir(한국전나무)’이고, 학명은 ‘Abies koreana E. H. Wilson’이다. 이름은 1920년 영국 식물학자 헨리 윌슨에 의해 알려졌으며, 윌슨의 발표 이후 미국은 구상나무를 개량해 신품종을 만들어내고 특허를 등록했다. 이후 세계적인 홍보와 판매를 거쳐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널리 쓰이게 된다.

구상나무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왼쪽부터)1918년, 1948년, 2021년 /사진=제주특별자치도청
구상나무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왼쪽부터)1918년, 1948년, 2021년 /사진=제주특별자치도청

이런 구상나무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구상나무 고유종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국제 멸종위기종이다. 윌슨이 발견했을 즈음인 1920년에는 1168만4000m²로 한라산의 넓은 면적에 분포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라산에서는 고사목 비율이 절반 가까이 이르고, 또 다른 서식지인 지리산도 최근 몇 년 사이에 40%가 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라산 내에서 구상나무의 서식지가 줄어들며 좁은 공간에서 개체 간 근친교배가 이루어져 유전자 약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구상나무 유전자가 소실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을 위해 유전학적 기준목으로 선정했다. 기준목이란 유전체 분석을 위해 자생하는 나무 중 대표되는 표준 나무를 말한다. 기준목의 잎, 줄기, 열매 등을 이용해 표준 유전체 지도가 작성되면 국제생물다양성협약 등에 따른 생물 주권과 유전 다양성 보전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복원 기술을 통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구상나무가 멸종되지 않고, 오랫동안 크리스마스를 빛내는 존재로 남아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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