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탈퇴 선언했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

[환경일보] 모두가 우려했던 것처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재선에 성공했다. 초선 때와 달리 상‧하원 모두에서 공화당이 이겼기 때문에 힘은 더욱 막강해졌다. 통상 미국 대통령의 3선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설 일도 없다. 그 말은 트럼프가 더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초선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슈퍼 트럼프’가 세계 최강 국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트럼프 당선 시기와 29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9)가 겹쳤다. 그리고 2015년 파리 기후변화총회에서 합의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당사자가 바로 트럼프다.

2015년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2℃ 이내로 막고, 1.5℃를 목표로 하는 역사적인 선언이었다. 그러나 파리협정 이후에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은 한 번도 줄지 않았고, 이제 1.5℃ 상승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COP29에는 EU의장은 물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지난 COP28에 참석했던 각국 정상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시작부터 김이 빠졌다.

전쟁 중인 러시아를 굳건한 관계를 유지 중인 벨라루스의 독재자마저 “올해 기후회담에는 지구를 망친 주범들이 나오지 않았다”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지금 각국의 지도자들이 신경 쓰는 1순위는 경기 침체, 러-우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이지, 기후변화 따위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대통령은 불참했고, 국내적으로도 불안한 정치 상황이 연일 뉴스를 장식할 뿐, 기후정상회의는 기삿거리도 안 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한두 나라가 아닌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힘센 나라들이 앞장서야 약소국가들도 뒤를 따른다.

그런데 세계 최강의 국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기후변화를 부정한다. 최근 트럼프는 기후변화가 거대한 사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온난화 같은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진짜로 그렇게 믿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다. 작년이 그랬던 것처럼, 올해 역시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특성상 미국은 더 많은 석유와 더 많은 가스 채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긴 유럽은 미국의 가스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 이면에는 미국의 막대한 에너지 수출이 있다.

트럼프의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한 이상,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에 제동을 걸 사람도, 세력도 없다.

또한,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국은 여전히 스스로를 개도국이라 주장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원에 난색을 보인다. 대신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팔아먹고 있다.

글로벌 조별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에 남은 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처럼, 희망도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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