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집증후군·새학교증후군에 대한 말들이 나오면서 일반인들조차 여느 전문가 이상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환경부 차원에서도 올해 보다 환경보건적인 측면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선포했을 정도다.
물론 당장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지만 이러한 국민적 관심을 무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정책에도 기대를 가져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이러한 환경오염물질, 생활 속 유해물질을 낱낱이 밝혀내기 위해 연구하는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노출평가과 최경희 과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사진1]끊임없는 논란거리 ‘환경호르몬’

최근 부산에서 한국의 환경부·일본의 환경성이 함께 ‘한·일 내분비계 장애물질 정부회의’가 열렸다.
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내분비계 장애물질에 대해 국가적인 대안모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날 주요 의제는 단연 내분비계 장애물질이었고 그중에서도 POPs가 주요 의제였다.
국내에서는 환경부와 함께 국립환경과학원이 행사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음은 물론이고 환경노출평가과에서도 일획을 담당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캄보디아·인도네시아·몽골·필리핀 등 동아시아에서 환경담당자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된 ‘동아시아 POPs 모니터링 정보공유 체계 구축을 위한 워크숍’에서도 이례적인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국제적인 위치에서 바라본다면 국내 상황도 썩 선진적인 환경정책을 펼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부는 물론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적용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 과장은 “이례적으로, 아니 처음으로 가져보는 아시아 내에서의 POPs 규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선진 규제에 대응하기에 앞서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의 시발점이라는 데 의의가 크다”고 전했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의미하는 POPs는 다이옥신·PCB·DDT 등은 물론 장거리 이동성, 생물축적성이 큰 물질이 모두 해당되며 이들의 사용 및 배출저감 또는 근절을 위해 마련된 국제협약이 바로 스톡홀름협약으로 2004년 5월에 본격 발효된 바 있다.
최 과장은 “그나마 우리나라와 일본은 OECD회원국으로 어느 정도 유해물질이 정책적인 반영이 이뤄지고 있지만 동남아시아는 전반적으로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전한다.
일례로 중국에서는 아직도 DDT를 사용하고 있으며 캄보디아와 같은 나라는 아예 POPs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차원에서만큼은 POPs를 포함한 유해물질 전반에 대해 선도적인 자세를 취해야 함을 의미한다.


‘석면’ 역시 국제적 애물단지

“80년대 제가 미국에 있을 당시 인근 아파트 주민 전체를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면서까지 건물을 해체하더군요. 당시에는 ‘그냥 해체하면 되지 왜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까’하고 의아해 했었죠.”
최 과장은 과거 너무나 친숙했던 석면이라는 존재가 순식간에 위험한 물질로 인식된 데 대해 놀란 게 사실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그런 일을 겪고 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석면에 대한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는 거예요. 그때서야 왜 건물 해체 시 인근 주민들을 이주시켰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죠. 석면의 유해성을 진작 알았기에 건물 해체작업 시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었어요.”
최 과장이 석면에 대한 첫 기억을 이렇게 떠올리며 미국에서 한창 석면의 유해성으로 떠들썩할 당시 국내에서는 오히려 저렴한 값으로 보다 많은 석면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추세적으로 본다면 석면이 유해성의 상징이 돼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여타 선진국에서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한 것을 현 상황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석면 문제를 해결해 나갈 만한 여건 조성이 안 된 것 또한 사실이다.
과거와 달리 석면이 분명 위험한 ‘물건’으로 돌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적잖은 기간 동안 석면의 편의를 즐겨왔고 그 잔재를 한 순간에 없애는 것은 그 이상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경제·산업적인 측면을 배재한 채 석면 사용을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경부에서 관할하는 유해물질 대상에 석면은 없었습니다. 노동부에서만 관리 대상물질로 여겨지다 점차 그 유해성이 부각되면서 환경부에서도 석면을 관리하게 된 것이죠. 아직은 석면을 관리하는 게 일원화되지 못 하고 있지만 조금씩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최 과장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도 석면에 대한 유해성, 실태조사 등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서로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한다.
어떻게 보면 대처할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조금은 갑작스럽게 석면의 유해성이 부각된 것 또한 사실이기에 당분간 원활한 조율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어느 기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석면뿐만 아니라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상황에서 정책적으로도 이러한 국민적 기대에 조금은 부응해 주길 기대해 본다.

*POPs(persistant organic pollutants)는 자연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고 먹이사슬을 통해 동·식물의 체내에 축적돼 면역체계 교란·중추신경계 손상 등을 초래하는 유해물질이다. 대부분 산업생산 공정과 폐기물 저온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며 주요 물질로는 DDT·알드린 등 농약류와 PCB·헥사클로로벤젠 등 산업용 화학물질, 다이옥신·퓨란 등이 있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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