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환경경영학회 포럼]
환경 비롯 경제·사회 전방위적 구조적 변화·협력 필수
정책 지원 및 산업혁신 기반 ‘한국형 ESG 체계’ 만들어야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한국환경경영학회와 SDX재단 탄소감축인증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국가녹색기술연구소, 국토연구원, 한국타이어, 범한엔지니어링, 에코비트가 후원한 ‘2024 제2회 한국환경경영학회 포럼 및 학술대회’가 17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기후변화 적응 및 탄소 감축 솔루션’을 주제로 학계와 산업계,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감축 공시의 글로벌 동향을 논의했다.

황용우 한국환경경영학회 학회장은 개회사에서 “기후위기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가 맞닥뜨린 중대한 도전”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형 지속가능성 기준을 모색하고 기업과 정부, 학계가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기업 참여와 규제 정책의 균형 필요

유제철 전 환경부 차관은 기조 강연에서 “기후위기는 환경뿐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 삶을 위협하는 총체적 위기”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물리적 목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한 전방위적 구조적 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 방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 전 차관은 “기존 정책은 기후위기를 단순히 환경 문제로만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며, 결국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바라보고, 이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산업 혁신과 정책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AI와 IT 기술이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하며 탄소배출량 관리와 감축 목표 설정, 성과 분석 등에서 첨단 기술 없이는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고려한 데이터 분석과 관리 시스템 구축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유 전 차관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 조치로서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규제 정책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기업이 감축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후위기는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는 과제다.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강력한 정책 추진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후공시, 국내 적용 가능성은?
이어 허규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와 윤나영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실 박사가 글로벌 기후공시 의무화 동향과 국내 적용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두 발제자는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허규만 파트너는 발제를 통해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인 ISSB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 파트너는 “TCFD 프레임워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를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며 공시 기준이 지배구조, 전략, 위험 관리, 지표 및 목표 설정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EU의 CSRD는 단순히 투자자 정보 제공을 넘어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도록 요구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허 파트너는 “포스코와 같은 철강업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지만, 공장 신설 및 전환 비용이 기업의 재무구조에 큰 부담을 준다”며 투자자들에게 투명한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할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가 기업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윤나영 박사는 국내 공시 기준의 현재와 향후 방향을 설명하며 국제 공시 기준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 글로벌 기준을 완벽히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 등 구조적 제약이 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 실현에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공시 기준이 국제 표준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계적 도입과 함께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특히 기업이 데이터 수집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한 윤 박사는 “한국 대기업의 경우 수백 개의 해외 자회사를 포함해 연결 기준으로 데이터를 공시해야 하며,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소요를 요구한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스코프 3 배출량 공개와 같은 국제적 요구 사항이 한국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는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임을 강조했다.
유리 천장을 넘어 유리 경영으로··· 글로벌 기후공시 대응 논의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을 좌장으로 글로벌 기후공시 트렌드와 실질적 대응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이 소장은 토론을 시작하며 “오늘 발표자들의 논의는 기업에 점점 높아지는 글로벌 기준의 벽과 현실적인 도전을 동시에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기후공시를 두고 “기업이 규제를 준수하며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유리 천장’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유연성과 혁신을 겸비한 ‘유리 경영’이 요구된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국제적 기준에 대응할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윤기 포스코 상무는 산업계 관점에서 기후공시와 탄소중립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기술 전환은 필요하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이를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재무적 부담과 생존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 상무는 “공시는 단순한 데이터 공개가 아니라 자본시장법, 상법 등 법적 리스크까지 포함하는 문제”라며 “정부 차원의 명확한 대응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두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본부장은 공공기관의 시각에서 기후공시의 필요성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ESG 공시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은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는 단순히 규제 준수를 넘어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 플랫폼 구축과 전담 조직 설립이 필수적”이라며 “공공기관이 앞장서 성공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민간 기업과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혁준 IBM 컨설팅 파트너는 글로벌 선도 기업의 사례를 바탕으로 기후공시 전략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탄소 회계와 감축 목표는 정량적 데이터 기반에서 실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와 시스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덴마크의 운송 에너지 기업인 ‘머스크’의 사례를 소개하며 “탄소중립 선박 도입과 친환경 연료 개발 등의 구체적 계획은 투자자와의 신뢰를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필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단장은 환경산업기술원의 활동을 소개하며 “정부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규제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ESG 공시를 위한 환경 정보 공개 제도와 데이터 연계 작업을 추진 중이며, 기업들이 단일 입력으로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