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우선주의 트럼프 2기 행정부,
기후대응 국제사회 협력 불안 요소
불안정한 국내 정치··· 대응책 고심

손동찬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손동찬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환경일보] 그가 돌아왔다. 1월 20일 곧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트럼프 당선인은 평소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낸 바 있고,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단적인 예로 첫 임기 시절 파리협정 탈퇴 선언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퇴보할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리협정 재탈퇴 선언이 점쳐지고 있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 역시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녹색 사기(green scam)’라 칭한 바 있으며,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거리낌 없이 표출해 왔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과 보급은 위축될까?

주지하다시피 전 세계가 탈탄소화를 위해 경주하고 있는 만큼 최근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IEA의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2015년 3430억 달러에서 2024년 771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미국 전력망에 추가된 전력 발전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태양광으로, 총 32.4GW가 추가됐다. 이는 전체 추가분의 53%에 달하는 수준이었고, 2위를 기록한 천연가스(18%)보다 3배가량 높은 수치였다.

이 같은 투자 및 발전량 확대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이는 또다시 투자와 발전량 지속 확대를 위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단적인 예로 IRA를 통해 30만여 개 일자리가 창출됐고, 15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가 유치된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 이러한 지원책,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기존의 기조를 벗어나거나 뒤집는다면 막대한 경쟁력 및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IRA가 폐기될 경우 미국의 제조업과 통상 경쟁력이 약화하고, 8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기회를 타국에 뺏기게 된다. 보다 구체적으론 생산시설 유출, 일자리 유출, 세수 감소, 500억 달러 규모의 수출액 감소 등으로 나타난다. 다른 무엇보다 자국의 이익, 자국의 경쟁력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가 이러한 손실을 감수할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출처=Trump Vanc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출처=Trump Vance

트럼프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을 위축시키는 방향을 추진할 경우, 자국 정치 차원에서 두 가지의 견제 장치가 있다.

첫째는 의회의 비협조 가능성이다. IRA를 예로 들었을 경우, 이는 엄연히 의회를 통과한 법안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이를 폐기할 수 없다. (가능한 조치는 보조금 지급 기준 등 시행세칙 변경 수준이다) 대선과 동시에 진행된 의회 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차지하게 됐지만, IRA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입는 25개 지역 중 19개 지역이 공화당 지역구에 속한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구 공화당 의원들은 이 같은 차기 연방정부 움직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둘째는 연방정부와 별개로 주 정부 차원에서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경우 트럼프의 이 같은 공약에 즉각 반기를 들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할 경우 캘리포니아는 과거에 시행했던 친환경 차 환급 제도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는 기후행동, 이민 등 정책에 있어 연방정부와 충돌할 경우를 대비해 주 예산으로 소송 자금을 마련하고 있고, 최근 증액을 논의한 바 있다. 이처럼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정책 기조가 있더라도, 주 정부 차원에서 이에 반대되는 노선을 채택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을 뺄 경우 중국과의 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시장 경쟁력 약화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과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기술력, 그리고 물량 공세 등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 설비 시장에서 막강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의 관련 기술과 설비들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아프리카를 주축으로 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곳곳에 진입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상승하고 있고, 최대 경쟁자인 중국은 이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에 관련 움직임에 제동을 건다면, 이는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미국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앞서 IRA 폐기 시 타국에 투자 기회를 빼앗길 것이라 했는데, 여기에서 타국은 중국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둘째는 국제 정치 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다. 트럼프 재집권이 확실시되자 다수의 메이저 언론과 싱크탱크들이 입을 모아 내놓은 관측이 있다.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어젠다 협상과 관철에 있어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고, 그 공백을 중국이 공세적으로 채울 거란 것이다. 실제 트럼프 1기 때도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중국이 관련 논의에서 더 큰 발언권과 역할을 가져간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고 경쟁 대열에서 이탈함으로써 중국에 정치·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것인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환경일보DB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고 경쟁 대열에서 이탈함으로써 중국에 정치·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것인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환경일보DB

만약 같은 전개가 반복된다면, 중국은 관련 논의와 협상 과정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가져가며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고, 이는 미국의 발언권 감소와 영향력 후퇴로 이어진다. 비록 트럼프 개인 특성상 가치 지향적 노선과 가치 외교를 멀리하고 철저히 거래적 접근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임과 동시에 위협이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경계하고 있다. 당장 고관세와 매파 인사 임명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진정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고 경쟁 대열에서 이탈함으로써 중국에 정치·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것인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비록 트럼프 2기 집행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힘을 빼는 등 1기 때와 같은 노선을 다시 한번 밟을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종전과 달리 상당수 미국 국민이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시장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점, 연방정부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중국과의 경쟁이 이전보다도 첨예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치명적인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란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과연 미국이 트럼프가 공언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장려 정책 추진과 기후변화 대응이 거래적인 트럼프에게 ‘좋은 거래’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우리에게 분명 중요한 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안정한 국내 정국 속에서 얼마나 체계적이고 발 빠른 대응책을 갖출 수 있을지가 아닐까.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손동찬 dongchan1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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