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산에서 발생하는 각종 피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폐광에서 비롯된 광미 처리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인 가톨릭대학교 이상훈 교수에게 국내 폐광의 현주소를 물어보고 그 해법에 대해 들어보자.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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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폐광산은 얼마나 존재하는지.
“폐광산은 크게 금속과 비금속광으로 나뉘는데, 지난해 광해방지사업단의 조사에 따르면 금속광산이 1022개소이며 그 외 석탄광산까지 합하면 약 1500개소 이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폐광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오염원의 종류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폐광에 분포하는 광미나 폐광석에는 황철석이라는 광물이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황철석이 물이나 공기와 닿아 산화하면서 산성 물질을 배출하며, 산성 환경은 중금속을 잘 용출되게 합니다. 따라서 폐광산의 오염은 산성배수와 중금속이 대표적이라 하겠습니다.”

폐광산으로 인한 피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폐광산을 금속과 비금속광으로 나눠 말하면, 일반적인 폐해는 금속광산이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수가 많으며 소규모로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광산의 피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폐갱이나 폐석 및 광미에서 용출되는 산성광산배수와 중금속입니다. 산성배수는 때로 pH가 2 이하에 이르는 강한 산성을 띠며 이는 하천의 생태를 파괴하거나 폐광산 주변 폐석이나 광미의 중금속 용출도를 급격히 증가시켜 수계의 중금속오염을 야기합니다. 특히 폐광산은 하천 상류지역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상수원을 직접 오염시켜 영향이 더 커지게 됩니다.”

현재까지 폐광산으로 인해 이슈화된 것들이 있다면.
“폐광과 관련된 이슈로는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의 가학광산이 유명합니다. 광산 주변에 방치된 엄청난 양의 광미(鑛尾)가 유출되면서 인근 논·밭을 오염시켰으며, 여기서 경작되는 쌀의 카드뮴 함량이 높아 문제가 된 것입니다. 현미의 카드뮴 함량이 1ppm을 초과한 기록이 있는데 이는 일본에서 문제가 된 ‘이타이이타이병’이 발생할 당시 주변 논에서 생산된 벼에서 검출된 농도와 유사한 것입니다. 당시 문제가 돼 정부에서 복원을 실시했지만, 근본적인 복원이 아닌 광미 일부만 외부로 반출하고 나머지는 현지에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소각장을 건설했습니다. 또한 광미로 오염된 논밭 위에 복토를 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계획을 하고 있으나 현재 토양오염이 문제가 돼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경남 고성에 있는 폐광산 주변 주민들이 카드뮴 중독과 유사 증세를 보여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이 외에 지역 언론을 통해 많은 부분이 이슈화된 바 있습니다.”

현행법상 폐광산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하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현행법에 의하면 광산은 문을 닫은 지 3년까지는 광산보안법의 적용을 받으며 그 이후에는 방치된 폐기물로 간주돼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100여 개의 폐광산을 정부에서 한꺼번에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현행법상 폐광산 주변의 오염 토양은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기준 이내로 정화해야 하며 물리·화학 및 생물학적 처리방법들 중 오염의 형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정해 처리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런 오염토양 정화기술은 아직 극소수만이 적용된 바 있으며 문제가 생길 경우 광미 유출 방지댐이나 현지 매립 등의 방법으로 소극적인 처리만을 해온 상황입니다. 광미 외에 갱구에서 배출되는 산성배수의 경우 인공 소택지를 만들어 산성배수를 중화하는 시설도 일부 적용된 바 있습니다. 그 외에 석회석이나 인회석 등을 이용한 산성배수 중화방법이 있으며, 폐광산은 이미 사업자가 철수한 상황에서 인력과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 무인·무동력 시설 운영이 요구되기에 적용방법이 제한 돼 있습니다.”

현재 폐광산으로 인한 피해와 질병에 대한 모니터링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폐광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90년대 후반 들어서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환경부에서 연차적으로 지역별로 폐광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산발적인 조사가 진행돼 왔습니다. 오염현황에 대한 조사는 그나마 있었으나 질병과 인체 위해성에 대한 조사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폐광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폐광산의 주변 여건(지형·지질·물리화학적 성상 등)이 전부 달라 한 가지 방법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원칙은 정할 수 없으나 원리는 있듯이, 오염정화의 첫 번째 룰은 오염원의 제거입니다. 그 다음이 오염물질의 이동을 차단하는 것이고 최종적으로 오염지역을 정화하게 됩니다. 페광산의 대표적 오염원인 광미의 경우 미국에서도 광산 정화 초기에는 폐기물로 간주해 외부로 반출했으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현장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정책을 전환했습니다. 정리하자면 폐광산 내 오염원이 될 갱구에서의 산성배수 발생 차단과 광미 또는 폐광석의 산화 방지와 중금속 안정 및 고정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들이 적용돼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습니까.
“일반적인 광산 위해성 평가는 주변 토양과 광미 분석을 통해 정화기술과 모델을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제 오염물질의 위해성과 이동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고체가 아닌 액상, 즉 원소를 이동시키는 매체가 되는 토양이나 광미 틈에 있는 용액(토양수·공극수) 화학을 통해 오염물질 이동현상과 조절작용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실제 토양에서 중금속 농도가 매우 높아도 인체나 생태위해성이 낮은 경우가 있고 반대로 광산 주변 토양에 함유된 오염물질 농도가 그리 높지 않은데 위해성이 큰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조정하는 인자들을 좀 더 과학적이고 정량적으로 규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일 것은 기존의 물리·화학적 인자 외에 미생물활동도의 영향을 포함해 오염물질 거동을 이해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리·화학 생물학적 과정을 정확히 이해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폐광산 주변 오염지역 정화기술과 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선 지난해에 입법화돼 오는 7월 발족하는 ‘광해방지사업단’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활동은 올해부터 시작되겠지만 이를 통해 광미를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광산보안·토양환경보전 등 관련 법규가 복잡하게 얽혀 있던 부분에 대해 책임 있는 기관이 일관성 있는 정책과 장기적 조치를 할 수 있게 될 것을 기대합니다.”

앞으로 어떠한 정책이 수립돼야 폐광산의 피해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비단 폐광산에만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나라의 각종 정책은 효율성보다는 정부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문제의 경우에도 지금의 환경부로 통합되기 이전까지 오랫동안 상수도와 하수도·지하수 등의 관할이 달랐고 지금도 수량은 건교부, 수질은 환경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또한 광미문제를 다루는 주관부서는 산자부 산하의 광해방지사업단이나 오염토양, 지하수는 환경부의 영역입니다. 특정한 정책에 앞서 이러한 조율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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