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수급 계획 필요

[환경일보] 사상이나 이념에 ‘극’자가 붙으면 대부분 끝이 좋지 않다. 정치가 극과 극으로 이념이 나뉘어 대립하면 정쟁이 일상이 된다.

극단주의의 가장 위험한 점은 ‘나만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집단과 토론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데, 우리 편만 무조건 옳고 상대방의 생각은 하나도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면 타협은 불가능하다.

‘극’자가 붙으면 위험해지는 것은 환경도 마찬가지다. 지구환경을 위한 행동과 사상이 극단을 추구하면, 인간은 기생충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시설을 포기하고 수렵이나 하며 살아야 한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극단적인 환경주의자들이 비난을 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환경이라는 가치만을 극단으로 추구하다 보니 환경 외 다른 가치를 모두 무시하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일삼는다. 그러면 환경단체의 메시지보다, 그들이 행한 파괴적 행동만이 주목을 받게 된다.

환경적인 가치를 추구하더라도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환경과 현실이 적당히 타협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대표적으로 원전 문제 하나만 봐도 양쪽의 시선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원전을 찬성하는 쪽은 값싸고, 공해 및 탄소배출이 거의 없으며,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끄떡없는 기저 에너지라는 장점을 내세운다. 반대 측에서는 핵폐기물 처리의 곤란함, 원전 처리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발전소 주변의 주민건강 등을 문제로 삼는다.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서 유럽 에너지 요금이 상승하고 있다. 원전론자들은 그 예로 독일을 들면서, 섣부르게 원전을 폐쇄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같은 유럽이지만 노르웨이는 전체 전력의 99%를 수력발전에 의지하기 때문에 저렴한 전기요금제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우리나라에서 가동되는 원전을 당장 멈춰 세울 수는 없다. 요금 인상은 나중 이야기고 당장 막대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지난 정부조차 수명이 끝난 원전을 멈췄을 뿐, 아직 수명이 남은 원전을 조기 폐쇄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원전이 만능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을 보관할 장소조차 없다. 아울러 전력생산은 바닷가를 접한 지방에서, 소비는 수도권에서 집중됐다는 문제가 있다. 이대로라면 송전망이 없어서 생산된 전기를 옮기지 못할 우려가 있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추가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수급 전망이 어둡다. 우라늄은 전략자원이기 때문에 자칫 돈 주고도 못 살 위험이 있다.

결국,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원전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동향과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원전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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