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외상센터
[환경일보]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글로벌 부문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가장 큰 기대작인 오징어 게임2마저 추월했다.
드라마 자체도 재미있지만, 원작자가 의사인 만큼 씁쓸한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꼬집은 점이 더 눈에 띈다. 주인공은 초능력에 가까운 출중한 실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살리지만, 정작 병원에서는 돈이나 까먹는 식충이 취급을 받는다.
병원 내 교수들이 모두 모인 회의에서 분과별로 실적을 발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흑자 1위가 장례식장이었다. 사람 살리는 병원의 자금줄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례식장이라는 지독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흑자를 기록한 장례식장, 주차장, 식당과 몇몇 의학 분과는 큰 박수를 받지만, 반대로 적자를 기록한 분과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병원의 실적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렸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로 좌우되는 비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의대 정원 논의와 함께 필수의료 분야의 비용 부담 문제도 사회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단순히 의료수가 인상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응급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사람을 살리는 큰 규모의 수술을 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다. 한국이 OECD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의사 숫자가 적음에도 지금과 같은 의료 서비스가 시행되는 것은 그만큼 사람을 갈아 넣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으면서 종합병원의 구멍 난 수익성을 메웠다.
중증외상센터를 선택한 의사들은 외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도 2년의 추가 수련을 해야 한다. 중증외상 전문의는 교통사고, 총상, 추락사고로 인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선 환자의 처치를 담당한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인기가 많은 과목에 비해 돈도 못 벌고, 사람이 적어서 당직을 밥 먹듯이 하고, 제대로 된 휴일조차 보장받지 못하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사람을 살리겠다는 사명감 하나다.
그럼에도 이들은 국가와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덴만 작전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이국종 교수는 지금 국군대전병원장이다. 지난 2020년 그는 깊은 애정을 쏟았던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를 떠났다. 응급의사로서 자부심의 원천이자 명성을 안겨준 외상센터를 그는 왜 떠났을까?
외상 분야는 필요한 인력과 장비가 많아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수가는 낮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가를 정상화하려면 필수의료 분야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꼭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