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호주 등 전세계 전력 선택권 확대··· 재생E 보급 확대
국민 절반, “재생E 전기 사용 위해 더 많은 요금 부담 가능”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가정에서 직접 선택·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에너지 선택권’ 확대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환경일보 DB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가정에서 직접 선택·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에너지 선택권’ 확대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환경일보 DB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가정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에너지 선택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선택권’ 운동은 한국전력공사와 그 계열사가 전력 생산·공급을 독점하는 우리나라 에너지 시스템 속에서, 전세계적인 ‘녹색전기’ 확대 흐름에 동참할 수 있게 재생에너지 선택권을 늘려달라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운동이다.

일본과 호주는 소비자 주도의 전력시장 개방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있으며, 영국과 북유럽에서는 소비자 선택권을 중심으로 전력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국내 역시 기존 전력시장 구조를 개혁해 소비자 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12일 박지혜 의원과 기후솔루션, 소비자기후행동이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주택용 재생에너지 전력 선택권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국외 에너지 선택권 현황과 국내에 필요한 제도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소 감축이 시대적 과제가 된 시기”라며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행정부와 입법부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본 토론회의 취지를 전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서윤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일본과 호주의 사례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비자의 능동적 전력시장 참여 보장해야”

최 연구원은 “일본과 호주는 소비자가 직접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해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며 “국내도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와 전력구매계약 같은 ‘K-RE100’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일반 가정(주택용)에선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강제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일본의 '신전력' 제도를 주요 사례로 소개하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6년 전력 소매시장을 완전 자유화하면서 소비자가 전력회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다양한 신전력 사업자가 등장했고, 소비자들은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력회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 특히 루프(LOOOP) 같은 신전력 회사는 태양광과 배터리 시스템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가 직접 전력 생산과 소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서윤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일본과 호주의 사례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박지혜 tv
최서윤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일본과 호주의 사례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박지혜 tv

최 연구원은 호주 사례도 언급하며 “호주는 주택용 태양광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소비자가 직접 전력 생산과 소비를 조정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이날 발제에서 영국 전력사업자 ‘옥토퍼스’가 차등 요금제로 시장 1위 사업자로 성장한 사례를 들었다.

100% 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원칙으로 2015년 창업한 옥토퍼스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수요공급시스템을 활용한 변동형 요금제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2023년 말 기준 630만호의 고객을 확보했다.

태양광 등 변동제 요금제 인기 끌어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요금제 등 70여가지 변동형 요금제를 도입한 전략이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이끌며 인기를 끌었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에도 일본·영국 사례처럼 재생에너지를 선택해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다수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3월 한국리서치와 성인 남녀 2000명을 상대로 ‘재생에너지 대중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재생에너지 전환이 중요하다고 답한 성인이 87.9%였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더 많은 요금을 부담할 수 있다는 답변도 47.7% 달했다고 밝혔다.

국내 에너지 시장에서 ‘가치소비’를 원하는 다수 소비자를 상대로 에너지 선택권을 늘리기 위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 선택권의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의 전력 공급 체계가 여러 발전원이 생산한 전기를 섞어 공급하는 방식이라 재생에너지 전기만을 위한 별도의 전력망을 공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문양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그동안 전력 정책이 값싼 전력과 정전 최소화 같은 안정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가다보니 소비자 선택권처럼 시장 친화형 제도를 만들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문양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PPA 등을 활용해 탄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뤄낼 정책을 고민하겠다”라고 전했다. /사진=박지혜 tv
문양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PPA 등을 활용해 탄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뤄낼 정책을 고민하겠다”라고 전했다. /사진=박지혜 tv

이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력 사용자 간에 간접적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제도(PPA) 등을 활용해 탄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뤄낼 정책을 고민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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