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프리미엄 의존, 글로벌 시장 그린워싱 리스크에 노출
[환경일보]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녹색프리미엄 제도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랫동안 녹색프리미엄에 의존해온 수출 위주의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그린워싱 리스크에 노출돼 있었던 셈이다.
기후솔루션은 이와 같은 문제를 담은 이슈 브리프 ‘녹색프리미엄은 GHG 프로토콜 기준에 부합할까’를 발간해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 녹색프리미엄 제도의 문제점을 다뤘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들의 글로벌 RE100 이행을 돕기 위해 산업자원통상부가 만든 한국형 RE100(K-RE100) 제도에서 인정하는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녹색프리미엄이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의 기준에 대부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온실가스 프로토콜은 기업이나 기관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하는 국제적인 표준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혹은 어떻게 줄였는지를 객관적으로 계산하는 공식 가이드라인이다.
2021년부터 K-RE100 제도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전력구매계약(PPA), 자가발전 등의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었다.
이 중 녹색프리미엄이 2024년 기준 K-RE100 조달량(8.95TW) 중 98% (8.79TWh)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연구에 따르면, 녹색프리미엄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온실가스 회계 기준 및 글로벌 표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코프(Scope) 2 지침이 요구하는 8가지 품질 기준 중 녹색프리미엄은 4개 항목에서 불합격(X), 2개 항목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으며, 단 한 개 항목만 충족(O)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이중 계상 방지, 재생에너지 추가성 등의 주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업들이 녹색프리미엄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속가능성 기준을 인정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불분명한 녹색프리미엄의 실체
이슈브리프가 지적하는 대표적인 불충분 요인은 현재 녹색프리미엄 구매를 통해 발급되는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에는 실제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한국전력이 공급하는 녹색프리미엄 전력이 실제 어떤 재생에너지를 원천으로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녹색프리미엄 물량은 연간 국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상치를 근거로 산정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량만큼 REC 인증서도 발행돼 재생에너지 사용 이행 수단으로 활용된다.
결국 두 이행 방식이 한정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이중으로 계상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녹색프리미엄이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주장이 신뢰를 얻기 어려운 구조며, 기업들의 배출량 감축 실적이 국제 기준에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녹색프리미엄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지속가능성 평가를 받는 데 있어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경고한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브룩 사보이 연구원은 “녹색프리미엄은 현행 형태로는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책임성, 투명성, 그리고 온실가스 추가 감축 기여 측면이 부족해 그린워싱 논란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 국내 기업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RE100을 이행할 경우, 기후 목표 달성에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ESG 평가에서도 신뢰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올해 녹색프리미엄 입찰을 앞두고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SG 평가에서도 신뢰도 하락 초래
2026년부터 주요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면 녹색프리미엄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회계 보고 기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이 지닌 문제도 없으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촉발하는 PPA와 같은 수단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기업들이 국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정책을 신속히 개편해 기업들이 녹색프리미엄에 대한 의존보다 직접적으로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녹색프리미엄에 의존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국제적 인정 실패로 다양한 리스크를 직면하게 된다.
우선, 글로벌 ESG 평가 기준과 불일치로 인해 RE100 및 SBTi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기업의 ESG 평가 점수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시 녹색프리미엄을 통한 감축이 인정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은 추가적인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며,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공급망 탈탄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주요 고객사와의 계약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업체에 스코프 2 배출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녹색프리미엄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한국 기업들이 이들 기업의 공급망에서 탈락할 위험이 있다.
이와 함께, ESG 채권 및 지속가능 금융 조달 시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기업이 저금리 녹색 금융 혜택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국내 기업들 사이에 녹색프리미엄으로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질 경우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소비자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업들이 녹색프리미엄에 계속 의존할 경우 국제적인 신뢰 확보에 실패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 모두에 차질을 빚을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