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소비사회

[환경일보] 닭튀김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 치킨 프랜차이즈 KFC의 본래 이름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이었다.

멀쩡한 이름을 바꾼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공식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1980년대 말부터 미국 전역에 저지방 열풍이 불면서 매출이 줄어들자 1991년 상호에서 ‘기름에 튀겼다’는 의미인 ‘Fried’를 제거하기 위했다는 것이었다. 건강에 해로운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이름을 바꾼 것이다.

상호 변경은 성공했고 현재 KFC는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2만여 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만 5천여 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1984년 서울 종로 1호점을 시작으로 2백여 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업체가 아닌 업계 전체가 이름을 바꿔 성공한 사례도 있다.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 ‘외제=사치품’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한 푼의 외화도 아쉬웠던 정부가 고가의 사치품 수입으로 새어나가는 외화를 막기 위해 이런 인식을 널리 퍼뜨렸기 때문이다.

이후 사회가 민주화되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됨과 함께 1인당 국민소득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고가의 사치품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나도 하나쯤은’으로 인식이 변했고 소비도 증가했다.

이 같은 붐을 타고 사치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생겨났고 특히 갤러리아 백화점이 ‘명품관’이라는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본래는 ‘사치품’으로 해석돼야 할 럭셔리 제품(Luxury Goods)을 ‘명품’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씻어냈다.

명품은 경제법칙도 비껴간다. 본래 가격이 비싸면 수요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명품은 반대로 비쌀수록 수요가 증가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명품들의 가격 상승률은 미친 수준이다.

게다가 ‘김치 프리미엄’이 끼어 같은 명품이라도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다른 나라보다 더 비싸게 팔린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1인당 명품 소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자본주의의 천국으로 불리며 우리보다 1인당 GDP가 2배가량인 미국까지 제쳤다.

코로나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에도 명품만큼은 없어서 못 구할 정도였다. 새로 나온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은 일상이 됐다.

이처럼 결코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던 명품 소비가 줄었다. ‘오픈런’의 대명사처럼 보였던 샤넬마저 소비가 줄었다. 1997년 샤넬이 국내에 첫 백화점 매장을 낸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코로나는 이겨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만큼은 이겨내지 못했다. 

보드리야르는 소비사회에서의 소비란 생존을 위해 상품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상품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욕망이나 쾌락을 충족시키는 것이라 말했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 한땀 손수 만드는 명품은 일반인이 구매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싸다. 많은 제품이 이탈리아 장인의 손길이 아닌 중국인 불법체류자의 고된 손길에서 탄생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명품 소비를 해석하자면 “세상 쓸데 없는 짓“에 불과하다. 물론, 환경적으로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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