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 파괴지수 낮다며 오히려 친환경물질 취급
[환경일보] 냉장고, 에어컨,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수소불화탄소(HFCs)’는 이산화탄소(CO₂)에 비해 최대 1만 2400배 강력한 온실 효과를 유발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HFCs는 이산화탄소 대비 최대 수만 배 높은 지구온난화지수(GWP)를 가진 온실가스로, 주로 냉매에 사용된다. 에어컨 등 일상 속 가전제품뿐 아니라 최근엔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가동에 활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15%씩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냉각센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문제 해결의 시급한 상황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는 HFCs 등의 냉매가 주입된 냉동공조기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항공 산업 전체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HFCs는 오랜 기간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이산화탄소(CO₂)에 비해 현저하게 관심이 낮고, 오존층 파괴지수가 낮다는 이유로 오히려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었던 기존 냉매를 대체할 ‘친환경 물질’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CO₂)보다 최대 1만 2400배 높은 지구온난화 효과가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HFCs 배출 문제를 적극 논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6년 HFCs 감축을 목표로 하는 ‘키갈리 개정서’를 채택했고, 한국도 2045년까지 HFCs 생산 및 소비량을 2020~2022년 평균 대비 80% 감축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 5위의 냉동공조기기 생산국가이며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품 중 95% 이상이 HFCs 또는 이전 냉매를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2018년과 비교했을 때 2022년 HFCs 배출량이 4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시기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7.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전혀 상반된 결과를 보인다.
HFCs 대부분이 공식 통계에 뒤늦게 추가되면서 그동안 모르고 지나쳐온 2000만톤(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의 배출량이 발견된 일도 있었다. 지난해 9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산정 기준이 갱신되면서 기존 2종만 포함되던 HFCs가 새롭게 29종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HFCs는 냉매 제품을 생산할 때는 물론 설치·사용·폐기 과정 등에서도 조금씩 장기간 배출되기 때문에, 당장 배출량이 나오지 않더라도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할 ‘잠재배출량’을 고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잠재배출량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앞으로 HFCs 배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HFCs의 잠재배출량은 매년 일정량의 배출계수를 적용한 실제 배출량보다 약 2배 많은 수치를 보이지만, 냉매의 전 주기를 통틀어 HFCs 배출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는 부재한 실정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냉장고·에어컨 등 냉동공조기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더운 날씨 때문에 HFCs 배출이 증가하며, 이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하는 악순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