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의 2인자 일론 머스크, 자기모순에 빠지다
[환경일보]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르지만, 현대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대선에 출마했었다. 정주영 회장은 19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3월 총선에서 창당 45일 만에 31석을 획득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 14대 대통령선거에 ‘반값 아파트’, ‘경제 대통령’ 등을 내세워 출마했지만, 최종득표수 380여만표(득표율 16.3%)에 그치며 3위로 낙선하고 말았다.
대선 다음 해인 1993년 1월 출국 금지된 정 회장은 대선법 위반 혐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혐의 등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2월 의원직을 포기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등 사실상 정치 보복을 당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미국 대선에서 이인자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를 보며 정주영 회장이 떠올랐다. 정 회장은 대선 패배로 정치 보복을 당했지만, 반대로 머스크는 선거에서 이기고도 막심한 손해를 입었다.
미국 대선 이후 일론 머스크의 입지는 정권의 이인자나 다름없을 정도로 상승했고, 테슬라 주가 역시 50%나 상승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DOGE의 수장으로서 미국 정부의 공무원들을 대량 해고하고, 유럽의 극우 정당을 옹호하는 등 논란을 빚으면서 테슬라의 주가는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나면서 시가총액 1100조원이 날아갔다.
그는 수만명의 공무원을 해고하는 등 사실상 칼잡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맡았고, 이는 직장을 잃게 될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원한을 사는 일이었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는 대선 직후 연설에서 이른바 ’히틀러식 경례’로 불리는 가슴 경례를 두 차례나 반복하면서 나치를 찬양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이후 실수였다고 변명했지만, 독일의 극우 정당 행사에 대해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더욱 큰 비난에 휘말렸다.
게다가 머스크가 전임 대통령 바이든을 지지했을 때는 테슬라가 전기차 생산기업이라는 게 문제가 아니었지만,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글로벌 탄소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곤경에 처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의 수장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는 자기모순에 직면한 것이다.
지금껏 전기차를 구매했던 사람들은 테슬라에 배신감을 느꼈고 이는 미국 내 테슬라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유럽에서도 반 기후변화에 더해 나치식 경례로 머스크에 대한 반발심이 커지면서 테슬라의 판매 실적이 곤두박질쳤고 주가는 떨어졌다.
머스크 스스로가 무슨 생각으로 정계에 나섰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30년 전 정주영의 사례를 참고했다면 지금과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