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배터리 탐방기3] 사용 후 배터리 관리 첫 단추, 배터리 진단 기술

[환경일보] 이번 인터배터리2025에서는 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부문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였다. 이는 작년과 올해의 부스배치도를 비교해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인터배터리2024에서는 부스배치도에 BMS, 재사용·재활용에 대한 별도의 안내가 없었지만, 올해는 Grand Ballroom 공간과 함께 새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부스를 따로 배치한 점은 관람객들이나 기업의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배터리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컨퍼런스에서도 차이가 보였다. 배터리 자원순환에 관련된 주제로 작년에는 6개, 올해에는 10개로 약 4개 정도 증가했다. 국내 대규모 배터리 행사인 인터배터리에서 이러한 자원순환의 흐름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의 자원순환, 즉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 및 재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배터리의 성능을 비롯한 수명 등의 정보를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국내 배터리 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어디가 있었을까?
민테크: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여부 판별 위한 배터리 신속 진단 시스템

민테크는 전기차 배터리의 검사 및 진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Electrochemical Impedance Spectroscopy)'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신속진단 시스템을 핵심 기술로 선보였다. 이때 EIS란 가변 주파수 범위에서 교류 임피던스를 측정해 배터리의 상태 및 수명 등의 정보를 진단할 수 있는 분석법이다.

민테크의 검사진단 시스템은 EIS 분석 외에도 배터리 셀 내부의 저항을 측정하는 DCIR(Direct Current Internal Resistance) 분석과 셀 전압, 모듈 온도 데이터를 활용해 10분 이내의 빠른 검사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의 충전상태(SOC)와 밸런싱 상태(SOB), 잔존수명(SOP), 출력 상태(SOP)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부스에 전시 중인 태블릿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5분 동안 진단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민테크의 신속한 배터리 진단 시스템은 향후 사용 후 배터리가 늘어날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는 전체 수명의 약 80% 이하가 됐을 때 교체시기로 간주되는데,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전기자동차의 등록 현황이 약 69만대에 달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수명이 80% 이하로 떨어지는 물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민테크의 기술과 같이 배터리의 성능 및 수명을 빠르게 진단해 재사용·재활용을 판별할 수 있다면 사용 후 배터리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생애주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통합 진단 서비스, BaaS

민테크에서 배터리 진단 기술을 선보였다면,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을 선보였다. BaaS 사업이란 배터리 생애주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의미한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민테크와 유사하게 배터리의 잔존 성능을 평가하는 일회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배터리를 탈거하지 않고도 스캐너를 통해 배터리를 5분 이내로 평가하는 'B-Sel Check'와 충전을 통해 배터리를 30분~1시간 이내로 평가하는 ‘충전진단’으로 분류한다.

BaaS 의 또 다른 서비스로는 전기차 배터리 통합진단 기능을 갖춘 'B-Lifecare'가 있었다.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기차 소유주는 배터리 정보와 충전 및 주행 정보를 제공받으며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이 낮아지는 원인을 줄여 나갈 수 있다. 또한 배터리의 평가 결과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향후 중고차 거래 시 품질보증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 포인트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BaaS 사업은 ‘배터리 생애주기’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전기차 소유주의 시선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의 충전 및 주행 정보를 바탕으로 배터리를 평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의 중고 거래까지 고려해 배터리 인증서를 발급하는 부분에서 BaaS 사업이 사용 후 배터리 시장까지 대비한 사업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
SK온: 케이블을 무선 칩으로 대체해 배터리 여권 기능까지, 무선 BMS

SK온에서도 역시 배터리의 성능 및 수명 등의 진단정보를 제공하는 ‘차세대 무선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를 선보였다. 이때 BMS란 배터리의 전압, 전류,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BMS는 배터리 셀과 모듈을 직접 케이블로 연결하는 유선 방식이었지만, SK온의 무선 BMS는 케이블을 무선 칩으로 대체해 모듈의 안테나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무선 BMS가 배터리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정보를 디지털 형식으로 기록하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기능을 주목할 수 있다. 셀 탭에 부착된 무선 칩을 통해 원산지, 사용 기간, 진단 정보, 재활용 가능 여부 등의 정보를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다. 현재 EU에서 배터리 여권 제도를 2027년부터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나는데, 이러한 무선 BMS 기술은 향후 배터리 수출과 관련해 데이터 구축 및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터배터리2025를 통해 다양한 기업들이 배터리 진단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을 위한 사업의 방향성을 잡아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마다 그 방식의 차이는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진단 기술에는 배터리의 충전과 주행에 대한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현재는 배터리의 안정성 이슈로 이차전지 및 전기차 산업이 잠시 주춤하는 듯 보이지만, 이미 보급된 전기차 대수는 적지 않으므로 사용 후 배터리의 수요는 점차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리튬을 비롯한 배터리의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재사용·재활용의 자원순환 부문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다음 인터배터리2026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진단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관람 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