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구간 한계 및 혜택 미비 등 이용률 저조··· 효율성 살릴 대책 필요
[환경일보] 대중교통은 ‘시민의 발’이라는 별명이 있다. 그만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2024년 1월 대중교통 이용 장려와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했다.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실물 카드나 NFC로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는 기대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내부 대중교통 이용자 중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은 2024년 9월 기준 약 11.8%로, 해당 수치를 기대하고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동행카드의 성적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이용 구간에서 찾을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광역버스와 투어버스를 제외한 서울 버스, 신분당선을 제외한 수도권 전철의 서울 구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구간 외에는 본인의 카드를 통해 요금을 결제해야 한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사람도 시외로 가기 때문에 이 점이 사용률 저하에 치명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양시, 과천시, 인천광역시 등 서울 주변 여러 도시가 서울특별시와 협약을 맺어 기후동행카드로 해당 지역 내 전철을 이용할 수 있거나 이용 가능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것이 기후동행카드 사용률을 큰 폭으로 올리긴 힘들어 보인다. 이는 경기도 시내버스 이용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서울과 비교했을 때 경기도 주민은 거주지 주변에 전철역이 없는 사람의 비중이 높다. 따라서 많은 경기도 거주자는 이동을 위해 버스를 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경기와 인천 버스는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불가능해 기후동행카드 사용률은 큰 폭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현재도 기후동행카드의 경기 버스 이용은 아무런 계획이 없다. 만약 이것이 도입된다면 기후동행카드로부터 나온 수익이 경기도 버스 회사에도 분배돼야 하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협약을 맺은 인천시는 인천 내 전철과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인상된 가격에 따로 판매할 예정이다. 인천시처럼 경기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가 이용 가능 여부를 선택해서 차등 가격으로 나온다면 이 구간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영향이 없어 기후동행카드의 사용률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기후동행카드 출범 5개월 전,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수천억, 누적 적자 7조원에 허덕이고 있다. 2024년 적자액은 7237억원이며, 이는 코로나19 이후 단계적 일상 회복 단계인 2022년보다 큰 손실액이다. 더욱이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 물가도 계속 오르니 서울교통공사는 대중교통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사가 교통비 인상이 시민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서울교통공사는 오히려 자사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시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를 원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기후동행카드 출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전철 요금이 150원이 오르면 연간 약 1600억원의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 2024년의 적자를 고려하면 서울교통공사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요금을 500원 이상 올려야 한다. 지금까지 쌓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큰 폭으로 올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금액을 한 번에 올려 버리면 많은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교통공사는 요금을 단계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
요금을 소폭 인상하는 것도 시민에게는 부담될 수 있기에 기후동행카드는 이를 덜어 주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수도권 전철은 올해 내로 150원 인상하기로 계획하고 있으나, 기후동행카드 가격 인상 계획이 아직은 없는 것으로 보아 수도권 전철 가격 인상 이후에도 기후동행카드의 가격은 그대로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에 따른 부담 해소를 위해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고 이에 따른 이용객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의 부담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교통비 사용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많이 이용할수록 유리한 혜택을 줄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차등적으로 부담을 줄이는 의도일 것으로 생각한다.
비판도 많은 기후동행카드지만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결과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안정화, 교통비 인상에 따른 부담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고 시민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역할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후동행카드가 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태현 boykim101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