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를 넘어서’, 석탄발전 연명하는 규칙 개정 중단 촉구

[환경일보] 시민사회가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기후위기 시대에 좌초자산이 될 석탄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멈추라며 경고장을 보냈다. 정산조정계수 제도가 민간 석탄발전소에 유리하게 반복 조정되며, 전력시장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 연대체 ‘화석연료를 넘어서’(KBF)는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 위원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삼척그린·강릉안인·삼척블루파워·북평화력 등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소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위원회가 수차례에 걸친 정산조정계수 재산정과 관련 운영규칙 개정을 통해 이들 석탄발전소에 부당한 특혜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는 발전소별로 각기 다른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전력 구매 금액을 조정한다.

이 계수는 원료 수급이나 가동 여건 등에 따라 결정되는 변동비에 더해 발전소 건설·운영에 드는 투자비와 총괄원가 보상까지 함께 고려함으로써, 발전소의 초과수익은 회수하고 손실은 일정 부분 충당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특히 석탄발전소 등이 과도한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런 취지와 달리, 정산조정계수 제도는 전력시장의 공정성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진해야 할 시대적 흐름과는 점점 괴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력거래소가 정산조정계수를 반복적으로 조정하며, 석탄발전소의 수천억원대 손실을 보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5차례와 3차례에 걸쳐, 올해 들어서는 이미 1차례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소를 대상으로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이 이뤄졌는데, 이는 비용평가위원회의 ‘연 1회 산정’ 원칙을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잦은 빈도였다.

또한 KBF는 정산조정계수 관련 세부 운영규칙이 2023년부터 총 6차례나 개정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비용평가위원회가 총괄원가에 반영되는 투자비 산정 방식을 변경해, 민간 석탄발전소만을 위한 표준투자비 기준을 새로 도입하기도 했다.

지구의 날을 맞아 삼척블루파워 1호기의 상업운전과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가 삼척에서 열렸다. /사진제공=녹색연합
지구의 날을 맞아 삼척블루파워 1호기의 상업운전과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가 삼척에서 열렸다. /사진제공=녹색연합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수십 곳 중 민간 석탄발전소로 분류되는 곳은 단 4개에 불과한데, 이들만을 위한 별도 규칙이 적용되면서 건설비용 보전이라는 특혜성 조치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소가 처한 막대한 손실 위험은 석탄발전이 안고 있는 환경적·재무적 한계와 관련이 깊다.

석탄발전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해 파리협정에 따른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먼저 퇴출돼야 할 부문인 데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전 세계적인 탈석탄 흐름 속에서 좌초자산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뿐 아니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까지 잇따라 석탄 투자 철회를 선언한 바 있다.

여기에 송전제약 문제까지 겹치며,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은 20~30%로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삼척그린과 강릉안인은 이용률이 모두 22%, 북평화력은 33%에 그쳤고, 삼척블루파워는 건설이 지연된 2호기까지 포함한 전체 용량 기준 이용률이 28%에 불과했다.

이렇듯 석탄발전의 위험성이 수차례 경고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은 기존 운영은 물론 신규 발전소 건설까지 강행해 왔으며, 전력거래소는 오히려 이들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산조정계수 재산정 및 규칙 개정 과정이 모두 비공개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큰 우려를 낳는다.

비용평가위원회는 의결 안건의 제목과 결과만 형식적으로 공개할 뿐 세부 논의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정산조정계수 산정의 투명성·공정성 부족 문제는 꾸준히 도마 위에 올라왔다.

2019년에는 감사원이 객관적 검증 절차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했으며, 지난해에는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정산조정계수에 관한 회의록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전력거래소는 ‘경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바 있다.

KBF는 이번 서한을 통해 “정산조정계수 제도가 기후위기 시대 좌초자산화된 석탄발전 사업의 수명을 늘리는 조치로 악용되고 있으며, 이는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석탄발전소에 유리한 규칙 개정을 중단할 것 ▷민간 석탄발전소와 관련된 규칙 개정 내역과 논의 과정 일체를 공개할 것 ▷안정적인 전력시장 운영과 탄소중립을 선도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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